위안화가치 14년만 최저…엔화도 '심리 저지선' 150엔 붕괴원화 1500원 돌파 우려…연준, 연내 5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피치·OECD "美, 내년 0.5%↑"…美·中 '쌍끌이 침체'→韓경제 타격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발작으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다음달초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p) 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킹달러'(달러 초강세) 지속으로 세계금융시장의 돈줄이 마르면서 글로벌 유동성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선 미 기준금리가 4.75%를 웃도는 내년 2분기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될 거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지난 20일 블룸버그·교도통신을 종합하면 전날 중국 역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전장보다 0.42% 내린 7.2279위안으로 마감했다. 2008년 1월 이후 14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역외 위안/달러 환율도 전장 대비 0.7% 떨어진 7.2744위안까지 치솟았다. 역외 위안화 거래가 시작된 2010년 8월 이후 가장 높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도 심화했다. 20일 엔·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을 돌파했다. '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이후 32년만에 처음이다. 엔저는 수출경쟁국인 우리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갈아먹는데다 원화 동반 약세를 부추기는 위험요인이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1원 오른 1433.3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일각에선 올해 안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날 증시도 출렁였다. 코스피는 0.86%,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0.92%, 대만 자취안지수는 0.24% 각각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한때 3%까지 급락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증권시장의 요동은 달러 초강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달러화 강세속에 아시아 양대 경제대국인 중국, 일본의 통화가치가 급락해 1997년과 비슷한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진단한바 있다. 또한 필리핀 페소화와 함께 한국 원화가 아시아 통화중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 ▲ 미 연준과 달러화.ⓒ연합뉴스
    ▲ 미 연준과 달러화.ⓒ연합뉴스
    문제는 킹달러가 당분간 지속할 거라는 점이다. 다음달 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가 거세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마저 "근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진전이 없으면 4.5%나 4.75% 수준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춰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하고 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전보다 8.2%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빼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하는 근원 CPI는 1년전보다 6.6% 상승했다. 1982년 8월이후 40년만에 가장 큰폭으로 올랐다. 전달(6.3%)보다도 상승폭을 키웠다.

    영국 메이저 금융사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2월 미 기준금리를 5.00~5.25%로 예상하고 나섰다. 9월 FOMC회의후 공개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에서 연준은 올 연말까지 4.5%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바클레이즈 전망은 연준이 올해 남은 2차례 FOMC 회의에서 애초 시장의 예상을 깨고 5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강달러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유리하지만 긴 안목에서 봤을 땐 경기침체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는 애플을 비롯해 다국적 기업이 많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이들 기업의 글로벌 매출과 이익을 상대적으로 쪼그라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각)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연준의 긴축 발작을 이유로 내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5%로 내다봤다. 종전 6월 전망(1.0%)보다 1.0%p나 내려잡았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중간경제전망에서 내년 미국의 성장률을 종전(1.2%)보다 0.7%p 낮춘 0.5%로 전망했다. 피치는 내년 2분기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될 거라고 분석했다. 1990년 7월 시작해 이듬해 3월 끝난 침체와 전반적으로 비슷할 거라는 게 피치의 예상이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재다.

    설상가상 전문가들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에 따른 저성장을 경고하고 있다. 스티븐 바넷 국제통화기금(IMF) 중국주재 대표는 지난 14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 중국이 내년 하반기까지 주요 도시를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중국과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비중은 각각 25.3%와 14.9%로, 전체의 40%가 넘는다. 미·중 동반 경기침체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4억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줄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3.5일로 지난해(13일)보다 0.5일 더 많았기 때문에 하루평균 수출액으로는 9.0%나 감소한 셈이다. 원화 약세에 수입부담이 커지면서 8월 현재 상품수지는 44억5000만 달러 적자다. 1년 전보다 104억8000만 달러나 줄었다. 2개월째 감소세다.

    한편 복합위기의 파도가 거세지면서 대통령실은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경제위기 대응 상황을 언론과 국민에게 생중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관계부처 장관들과 '경제위기 대응과 수출동력 확보 방안'을 놓고 90분간 난상토론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련 부처가 총출동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