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 노조, 협상력 높이려 ‘공동교섭’ 요구파업 찬반투표 결과 26일 오후 8시께 확정“사측도 처우 개선 공감…상황 보며 파업 결정”
  • ▲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 ⓒ현대중공업
    ▲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 ⓒ현대중공업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을 둘러싼 노사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노조가 공동으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이날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23차 교섭을 통해 의견 조율에 나선다. 아울러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중으로, 가결 여부는 26일 오후 8시께 가려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이달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파업 준비 수순을 밟았다. 지난 21일 중노위가 노사간 입장차를 확인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번 찬반투표가 과반 이상 찬성을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파업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임단협 교섭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조선3사 노조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공동 요구안을 마련, 각사에 전달하고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회사마다 경영 환경이 다른 점을 들어 공동교섭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이견 좁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3사 노조가 만든 공동 요구안에는 임금 14만2300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성과급 250%+@ 보장, 임금피크제 폐지, 신규 채용 및 우리사주 지급(50주 무상 지급+50주 매입 이자 지원), 고용 보장 등 내용 등이 담겨 있다.


  • ▲ 지난 7월 18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삼호중공업) 노동조합이 서울 계동 현대 사옥 앞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공동교섭을 사측에 요구하는 집회를 연 모습. ⓒ연합뉴스
    ▲ 지난 7월 18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삼호중공업) 노동조합이 서울 계동 현대 사옥 앞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공동교섭을 사측에 요구하는 집회를 연 모습. ⓒ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의 수장인 한영석 부회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부회장은 앞서 2017년과 2018년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노사 갈등 없이 임단협 교섭을 끝내며 ‘노사문제 전문가’로 이목을 끌었다. 안정적 노사 관계는 현대미포조선이 해당 기간 신규 수주에서 상대적으로 순항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2018년 11월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 부회장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재신임되든 후임 대표이사가 내정되든 노조 문제의 장기화는 어느쪽으로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 부회장이 현대미포조선 대표를 맡은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조선업 불황을 근거로 3년 연속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지만, 조선업종이 호황으로 돌아선 현재 노조가 동종업계 수준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며 공동교섭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노조는 찬반투표가 가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매주 두 차례 노사교섭이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이므로 추후 몇 차례 교섭을 더 진행한 후 성과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구체적 투쟁 계획을 확정할 전망이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같은 산업에서 일을 하는데 회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을 차별 지급하는 문제는 없어야 하므로 공동교섭에 나섰다”며 “파업 찬반투표는 조선3사 노조와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노조 등 5개 사업장에서 공동 진행 중으로, 조합원들의 열기가 높아 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미포조선이 공동 요구안과 별개로 2021년 임금협상 당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타결금의 차액을 더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라며 “사측도 조선소 근로자들의 처우가 열악한 부분에 공감하고 개선 의지를 갖고 있어 추후 상황을 보며 쟁의행위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