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3.75∼4.00%로 올려…한미차 1.0%p파월 "이르면 내달 속도조절…최종금리예상보다 높다"'킹달러' 지속 전망…수입물가·무역수지 개선 악재외환보유액 4천억불 무너지나…CDS프리미엄 5년만 최고치
  • ▲ 미 연준.ⓒ연합뉴스
    ▲ 미 연준.ⓒ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p) 기준금리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연준이 이르면 다음 달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지만, 최종 도달 금리는 지난 9월 제시했던 수준을 웃돌 거라고 언급해 파장이 예상된다.

    '킹달러'(달러 초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자신 있다던 국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외환보유액이 동반 하락하고 있어 우리 경제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연준은 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75bp(0.75%p, 1bp=0.01%p) 올린다고 밝혔다.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목소리가 대두됐으나 1981년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했다.

    현재 3.00~3.25%인 미국 기준금리는 3.75~4.00%로 인상됐다.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이다. 한미 간 금리차는 다시 1.0%p로 벌어졌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공산이 커졌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는 갈 길이 멀다"며 최종 도달 금리가 5%에 육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온다"며 "이르면 다음번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통화긴축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연준이 다음 달 FOMC 회의에선 빅스텝(0.50%p 금리 인상)으로 인상폭을 줄일 거로 예상한다.

    문제는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 전환과 관련해 "매우 시기상조"라며 "지난 9월 FOMC 이후 발표된 경제지표들을 볼 때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매파(통화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내년 기준금리가 9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에서 제시된 4.6%를 넘어 5%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 ▲ 달러.ⓒ연합뉴스
    ▲ 달러.ⓒ연합뉴스
    달러는 초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요 6개국(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크로나·스위스프랑)의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111선을 넘어선 상태로 20여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오른 달러당 1417.4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1500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이 적잖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부담으로 작용하며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7% 올랐다. 7월(6.3%)을 정점으로 가파른 상승세가 꺾이는 추세지만, 상승률이 3개월 만에 소폭 반등했다. 계절 요인 등에 따른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하는 근원물가는 4.8% 올랐다. 2009년 2월(5.2%) 이후 1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 상승폭도 전달(4.5%)보다 커졌다.

    강달러는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원자재 수입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다 보니 무역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밝힌 수출입동향을 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67억 달러 적자를 내며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최장기 무역수지 적자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원유·가스·석탄 등 주요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에너지 수입이 전년대비 50억 달러쯤 증가한 게 적자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40억1000만 달러다. 한 달 새 27억6000만 달러 줄었다. 9월 감소분(196억6000만 달러)보다 감소폭은 줄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은 올 들어 3월과 8월을 제외하면 모두 감소했다.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0월(4692억1000만 달러)에 비해 552억 달러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강달러가 지속하면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견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한 한국 외환보유고는 9300억 달러다. 우리 외환보유액은 44.5%에 불과하다"며 "보유외환 중 6% 수준인 현금 비중을 적어도 30%로 늘려야 한다. 급할 때 쓸 수 없는 외환보유액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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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신인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CDS 프리미엄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1bp 하락한 69bp다. 지난해 말(21bp)보다 3배 넘게 올랐다. 2017년 11월14일(70.7)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3월(57bp)보다도 높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691bp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위험수위는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한 달 새 10bp 넘게 급등하는 등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 발행 국가가 부도났을 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으로, 국가부도위험을 반영한다. CDS 프리미엄이 오른다는 건 그만큼 국가 부도 확률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환보유액(9위)과 CDS 프리미엄은 지난 9월22일 재정·금융·통화당국 수장이 모인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의 양호한 대외건전성 지표로 제시했던 것들이다. 당시는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직후였다. 추 부총리는 "CDS 프리미엄이 내림세를 보이면서 30~32bp의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보유외환도 4300억 달러쯤으로 세계 9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지만, 달포쯤 지나면서 상황은 악화했다.

    설상가상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까지 겹치면서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