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물가 5.7% 상승… "금리 효과 제한적""외환안정 중요하지만 금융 불안정 야기"당장 이달 금통위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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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금리인상은 단기적으로 물가안정에 주는 효과가 제한적이면서 중기적으로 대외 리스크 요인과 맞물려 성장경로의 추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사상 두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은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의 말이다. 해당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주장했다.가파른 물가상승률과 환율에 이달 25일 금통위 회의에서도 빅스텝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부쩍 약해진 경제 펀더멘탈(기초여건)에 우려섞인 시각도 나온다.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5.7% 상승했다. 7월 6.3%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은 뒤 8월 5.7%, 9월 5.6%로 감소하다 석달 만에 오름세를 재개했다. 전월대비로도 0.3% 올랐다. 그동안 물가상승을 견인한 국제유가 오름폭이 축소됐음에도 전기·도시가스 인상, 가공식품,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상승률이 꺾이지 않은 것이다.무엇모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9월 4.1%에서 4.2%로 확대(전년동월비)된 것은 기준금리 인상의 물가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금통위원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근원물가는 오히려 0.4%(전월비) 올랐다는 얘기다. 해당 금통위원은 "기초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을 고려하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 정도는 과도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베이비스텝 의견을 개진한 또다른 금통위원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 확대 및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이 국내 경기 하강을 가속화하고 금융불안정을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 위원은 또 "외환 안정도 통화정책 결정에 주요 고려사항이기는 하지만 국내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급격한 자본유출과 대외신인도 추락과 같은 한계상황에 봉착하지 않는 한 불규칙한 환율변동을 기준금리 조정으로 일관성 있게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7명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는 종종 소수의견이 개진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특히 2명 이상의 소수의견 개진은 1999년 첫 회의 이후 26회에 불과했다. 소수의견 1명 개진 50회의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한국은행의 이번 금리인상에 복잡한 고심이 있었다는 의미다.이날 밤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기준금리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이 유력하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한미 기준금리는 3.0%와 4.0%로 1%p 벌어진다. 외화자금 유출과 환율상승, 그리고 이에 따른 물가상승 등 금융불안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때문에 이달 금통위 회의에서 빅스텝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통위를 이끄는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빅스텝을 위한 전제 조건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통화정책의 기본 전제가 바뀐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이 총재는 지난달 빅스텝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가파른 금리인상 과정에서 국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경제 전반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반면 빅스텝을 주장한 대부분 금통위원들도 경기위축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는 점은 속도조절론에 힘을 싣는다.10월 금통위에서 0.5%p 인상을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금리인상과 관련해 고민했던 가장 큰 문제는 의도치 않은 과도한 경기하락 가능성"이라며 "현시점에서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취약부문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책마련도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