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처리·재활용 아우르는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기업 인수합병 '볼트온' 전략 통해 시장지배력 넓혀일반폐기물 소각 1위…연구비 등 초기 투자는 부담
  • ▲ SK에코플랜트 사옥 전경.ⓒ SK에코플랜트
    ▲ SK에코플랜트 사옥 전경.ⓒ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건설업계 새 먹거리로 부상한 폐기물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화·자원화하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 내년 IPO(기업공개)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폐기물 관련 사업은 레고랜드 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와 거래침체 등으로 불안정해진 주택사업을 대신할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높은 진입장벽으로 기업 인수와 연구 등에 소요되는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재정 리스크를 줄이려면 빠른 성과 도출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사명 변경 후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에 나선 SK에코플란트가 폐기물을 처리·매립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고부가가치 자원을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을 아우르는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SK그룹 내 투자전략 및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경일 사장의 진두지휘 하래 관련  기업을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볼트 온(Bolt-on)' 전략으로 폐기물을 포함한 친환경 시장지배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1조원을 배팅해 국내 최대 수처리·폐기물 처리 기업인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인수하며 폐기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21년에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DDS) ▲도시환경 ▲이메디원 ▲그린환경기술 등 폐기물 소각기업 6곳을 잇따라 인수했고 올해 5월에도 국내 폐기물 처리업체인 제이에이그린을 인수하며 일반폐기물 소각 부문 1위, 의료폐기물 소각 부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등 해외 폐기물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올해 2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국제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전문기업 테스(TES)를 인수했고, 5월에는 말레이시아 최대 국영 종합환경기업인 센바이로(Cenviro)의 지분 30%를 사들여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회사 측은 2023년까지 3조원을 추가 투자해 폐기물 처리 부문 내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테스, 말레이시아의 센바이오 등을 앵커 삼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에 적극 진출해 글로벌 환경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폐기물 처리의 디지털화에도 나서고 있다. 그동안 폐기물 분야는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라 배출-수거-운송-처리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이로 인해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려웠고 업무효율성도 떨어졌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을 투명하게 검증,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폐기물관리 서비스 '웨이블(WAYBLE)'을 론칭하며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계서 자동생성, 환경부 신고시스템, 스마트배차, 데이터분석 리포트 제공 등 기능을 탑재해 업무의 효율성 향상을 돕는다.  

    회사 측은 이 서비스를 산하 소각시설 및 관련 운송업체, 폐기물 배출기업 등 70개 현장에서 4개월간 시범 운영해 약 8500t의 폐기물을 처리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같은 폐기물 소각·처리에 더해 리사이클링(재활용, recycling) 부문을 강화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리사이클링은 건설현장이나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고부가가치의 자원이나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로는 환경오염·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산화탄소 자원화다. 이 회사는 심상준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팀과 함께 폐기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로 미세조류를 배양한 뒤 이를 가공해 플라스틱 대체원료 등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업인 DY폴리머·DY인더스도 인수했다. DY폴리머는 폐페트(PET)병을 활용한 재생원료인 펠렛(pellet)을 생산한다. 펠렛은 폐플라스틱 조각을 고온에 녹인 뒤 뽑아낸 균일한 크기의 작은 알갱이다. 

    DY인더스는 소비자들이 버린 페트병을 분쇄, 세척한 조각인 플레이크(flake)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플레이크는 직접 재활용하거나 펠렛으로 재가공할 수 있다. 펠렛과 플레이크 모두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인수가 원료의 국산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 9월에는 배터리 기업인 CNGR과 협약을 체결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희소금속 등을 배터리 제조에 다시 투입하는 순환체계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폐기물 사업 전망이 무조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정부의 환경 규제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고, 무한정 확장이 불가능한 업계 특성상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폐기물 배출이 급격히 늘었고 이로 인해 소각과 매립 수요가 늘면서 영세 폐기물업체들의 몸값이 수직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점차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 등에 대비해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의 효율을 높일 기술개발이 필요하고, 대규모 설비 구축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모된다.

    결국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주택사업에 비해 당장에 창출되는 이익은 적어 사업 초창기 기업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는 폐기물을 포함한 환경사업 전반에 걸친 리스크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K에코플랜트의 폐기물을 포함한 친환경 부문 영업이익은 3억원으로 전년의 11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오염물질 감소를 위한 소각시설 AI 도입, 디지털솔루션 개발 등 환경사업 고도화를 목표로 설비 증설과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외형상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이는 적극적인 투자의 결과물로, 우리가 환경사업에 진심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는 향후 지속적인 폐기물 배출량 증대와 시장 확대가 전망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처리시장은 올해 19조4000억원에서 2025년 23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