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회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사측 "어려운 상황 감안하면 추가 채용 어렵다"현대차·기아 사내하청 근로자 승소판결 변수
  • ▲ 비정규직 지회가 부평공장 정문 부근에서 출근 선전전을 진행하는 모습. ⓒ비정규직 지회
    ▲ 비정규직 지회가 부평공장 정문 부근에서 출근 선전전을 진행하는 모습. ⓒ비정규직 지회
    비정규직 불법파견 관련 판결을 앞두고 한국지엠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대해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패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불법파견 직원의 직고용 문제를 두고 한국지엠과 비정규직 지회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회는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불법파견 투쟁 및 구조조정 과정에 해고된 근로자 전원 복직 등을 요구하면서 부평공장 본관 및 대법원 앞 1인 시위, 오전 출근 선전전 등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비정규직 불법파견 논란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조는 창원공장에 비정규직 불법파견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에 파견법 위반으로 진정을 넣었고, 대법원은 2013년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에도 다수의 소송이 제기됐으며, 고용노동부는 한국지엠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 2018년 774명, 2020년 945명 등 총 1719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 명령서를 발송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11월 노조에 ‘생산하도급 노동자 관련 특별협의’를 제안했다. 이후 사측은 올해 5월1일부로 부평 및 창원공장 내 제조공정 사내 생산하도급 직원 260명을 발탁 채용 형식으로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했다. 

    이에 대해 지회는 “사측의 260명 발탁 채용은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1719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어려운 회사 상황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전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이 기간 누적 적자 규모는 3조7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 ▲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이 비정규직 채용과 관련 사실상 '불가' 방침을 나타냈다. ⓒ한국지엠
    ▲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이 비정규직 채용과 관련 사실상 '불가' 방침을 나타냈다. ⓒ한국지엠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달 19일 한국출범 2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비정규직 사안에 대한 질문에 “저희는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효율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업장들과 경쟁할 수 없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사실상 ‘불가’ 의사를 나타낸 셈이다. 

    다만 최근 대법원 판결이 변수로 부상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현대차·기아 공장에서 도장, 생산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양사를 대상으로 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 2015년 비정규직 57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2018년 1심, 2020년 6월 2심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 판결만 남았다. 2017년 비정규직 114명이 낸 소송에서도 2심까지 패소한 상태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달 24일 카허 카젬 전 사장에게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으며, 이르면 올해 12월, 늦어도 내년 초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비정규직 소송에서 패소 시 4000억~5000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한국지엠의 경영 악화는 불가피하며, 한국 철수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한편, 경제계에서는 법원이 사내하청 업무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결하는 것은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27일 입장문에서 “법원이 직접 생산공정 외에 사내하청 대부분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데 우려한다”면서 “무리한 판결이 계속될 경우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