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개인투자자 "시장 위축 우려, 유예 필요"5만명 청원에도 민주당 강경 노선 고수"소액투자자만 독박"…야당, 동학개미 항의 민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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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야당을 중심으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강행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상당수 큰손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게 되면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증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금투세 유예 여론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금투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된 양도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만일 주식에 투자해 연간 5000만원 이상 소득 시 20%의 세율을 적용하고, 3억원 초과 소득 시 25%의 양도세를 부과한다.

    당초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2년 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2년 미루겠다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미국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 변동성과 증시 위축 우려가 더욱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에서 "모든 게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불안을 촉발시킬 수 있는 것은 자제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아마도 각당마다 주식 투자와 관련된 소득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는 거 같다. 지금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조금씩 자제해서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부자감세'를 이유로 맞서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 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도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 금투법 시행을 주장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철저하게 과세되는 근로소득과 달리 주식·채권 등의 매매차익은 비과세된다는 점에서 조세 형평성에 반한다"며 "금투세 도입과 함께 증권거래세를 0.15%로 인하하면 시장이 활성화되고 개미투자자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개인만 피해"…성난 동학개미, 야당 압박

    개인투자자들은 이같은 야당 행보에 반발하고 있다. 금투세 도입으로 고액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면 증시 하락에 대한 실망 매물까지 더해져 결국 소액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1989년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한 이후 한 달 만에 주가가 40% 가까이 급락했다. 부작용이 커지자 대만 정부는 시행 1년 만에 제도를 철회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과세 대상에서 빠져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금융투자소득세는 선진국들만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 시장이 아니다. 2년 유예 후 주식시장을 선진화한 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개인만 내는 것으로 외국인은 가만히 앉아서 거래세 인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조세 형평을 무시한 개인투자자 독박 과세"라면서 "미국 주식 양도소득세율은 최고 22%인데 내년부터 국내에서 최고 27.5%의 세금을 낸다면 국내 투자 매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자자들은 최근 금투세 도입 유예를 요청하는 국회 청원에 5만명 넘게 동의했다. 

    해당 안건이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야당의 강경 노선이 지속되자 동학개미들의 반발은 더 거세지는 추세다. 

    일부 주식투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야당 소속 국회 기재위원들의 팩스·이메일·전화 연락처를 공유하며 항의 민원을 독려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투연도 이르면 금주부터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단체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한 투자자는 "제도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행 시기가 너무 좋지 않다"면서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도 제도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칠 텐데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이 지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