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평택오송선 136량 고속차량 입찰 연내 공고 예정스페인 철도사 탈고, 우진산전과 컨소시엄 이뤄 입찰 타진철도 부품사들 "국내 시장 보호해야… 산업 생태계 위험"
  • KTX의 고속철도 차량 수주전에 외국계 기업의 진출 움직임에 국내 철도 업계가 뒤숭숭하다.

    14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조만간 KTX 평택오송선 고속차량(EMU-320) 120량, 수원·인천발 16량 등 총 136량의 동력 분산식 고속차량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어 연내 사업자 선정 작업까지 마친다는 목표다.

    코레일은 당초 지난 9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 입찰 공고를 내려했지만 이를 무기한 미뤘다.

    이번 입찰에 스페인 철도차량 업체인 '탈고'와 일본 '도시바'가 국내 중견기업인 우진산전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한다는 소식에 국내 철도업계가 적격업체 선정 기준을 놓고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입찰에 나서면 2005년 프랑스 알스톰이 참여했다가 탈락한 이후 17년 만에 해외 업체의 참여가 된다.

    업계는 이번 고속차량 136량 입찰에 유럽 등 해외시장에 개방되면 지역협력사의 일감 축소 등의 우려가 크다.

    비단 지역협력사의 일감 축소가 문제가 아니다.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컨소시엄에 검증된 기술력도 없어 안전성도 지적되고 있다. 탈고는 고속차량을 수출한 실적이 있지만, '동력집중식' 고속차량을 주로 제작했고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을 제작·납품한 실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6일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사고가 발생하는 등 잇따른 안전 관련 사고에 정부는 "철도는 작은 부주의나 결함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라"며 철저한 안전대책을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탈선사고가 일어난 무궁화호는 20년 이상 사용해 기대수명이 다한 열차다. 국내 열차 제작사들은 정부의 최저가입찰제로 신형 열차 납품에 큰 차질을 빚으며 이에 중국산 저가 부품 수입량은 최근 7년 사이 3배나 폭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고속열차 관련 기술 및 인프라가 전무하던 시절부터 수십년에 걸쳐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구개발 끝에 고속열차 수주를 이어왔다"며 "중국과 유럽 기업들이 저가공세를 펼치면 현행 입찰 구조에선 국내 기업들은 사실상 수주를 포기하게 되고, 이로인해 관련 업계가 모두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