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추도식 경기도 용인 선영서 진행범삼성家 한 자리에… 이재용 회장 2014년부터 추도식 주도'사업보국-인재제일' 경영 이념 바탕 삼성 육성
  • ▲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삼성
    ▲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삼성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5주기 추도식이 18일 경기도 용인 선영에서 열렸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기일은 19일이지만 토요일인 관계로 추도식이 하루 앞당겨 진행됐다. 이날 추도식에는 삼성을 비롯해 신세계, CJ, 한솔 등 범삼성 계열 그룹들이 시간을 달리해 용인 선영을 찾았다.

    삼성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총수 일가를 대표해 추도식을 주도해왔다. 지난해에는 미국 출장 일정으로 추도식에 불참했다. 

    호암(湖巖) 이병철 창업회장은 1910년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나 1938년 3월 1일 '삼성상회'을 창립했다.

    이 창업회장은 사명을 '삼성'으로 정한 것에 대해 "'삼성'의 '삼'(三)은 큰 것, 많은 것, 강한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이다. '성(별)'은 밝고 높고 영원히 빛나는 것을 뜻한다"며 "'크고, 강하고, 영원하라'는 소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자본과 기술이 거의 없고, 전력 공급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무역업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1948년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무역업을 전개했다.

    호암은 우수한 인재 외에는 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 수출하는 '제조업'이 불가결하다고 생각해 1953년 제일제당을 설립하고 제당 사업을 시작해 1953년 한국의 설탕 수입의존도는 100%였으나, 1956년에는 국내 생산 비중이 93%까지 급상승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 창업회장은 제일모직(1954년), 삼성전자(1969년), 삼성중공업(1974년) 등 기업을 일으켜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다.

    이 창업회장의 경영철학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은 기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더 나아가서는 인류에 공헌하고 봉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호암은 기업의 존립 기반은 국가이며 따라서 기업은 국가 발전에 공헌해야 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인재제일(人材第一)은 인간을 존중하고 개인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이로 하여금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게 한다는 정신이다. 호암은 일찍부터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강조했음. 즉 뛰어난 경영이념과 철학은 그것을 실천으로 뒷받침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삼성이 국내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1957년 공개채용제도를 도입한 것도 '기업이라는 조직체를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라는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됐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의 뜻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합리성의 바탕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본질마저도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에 모든 경영활동은 이치에 합당한 합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삼성문화재단을 설립해 우리의 '정신적 자산'을 풍족하게 하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호암은 기업 외의 영역에서 사회에 직접 공헌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모색하다가 1965년 55회 생일에 삼성문화재단 설립을 결심했다. 평소 예술을 사랑했던 호암은 개인의 소장품을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전시하기 위해 1982년 호암미술관을 개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병철 창업회장은 불모의 한국경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발전해 오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 옴과 동시에 문화, 예술, 교육, 언론 등 사회 각 분야의 발전에도 큰 업적과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은 호암에 대해 "자신의 치밀한 판단력과 혜안으로 삼성이라는 대그룹을 일구었으며, 오늘날 삼성이 한국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놓았다"며 "삼성사관학교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인재에 대한 호암의 열성은 우리 나라 기업사에 하나의 기업문화를 일궈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잭 웰치 제너럴 일렉트릭 회장은 "호암을 직접 보고 나서 '기적'이라 불리우는 한국 경제의 놀라운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이병철 창업회장 주요 어록이다.

    ▲모든 것은 나라가 기본이다. 나라가 잘되어야 기업도 잘되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1981.1 신년사)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고 나의 갈 길이 사업보국(事業報國)에 있다는 신념에도 흔들림이 없다.(1976.11 전경련회보)

    ▲선도적인 기술혁신으로 좋은 상품을 남보다 먼저 만들어내고 수출과 고용과 소득을 늘리며 경영합리화로 잉여를 많이 올려 기업확장의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기업인의 본분이며 사회적 의무가 아니겠는가.(1976.6 언론 기고문)

    ▲인재제일, 인간본위는 내가 오랫동안 신조로 실천해온 삼성의 경영이념이자 경영의 지주이다. 기업가는 인재양성에 온갖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인재양성에 대한 기업가의 기대와 정성이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전달되어 있는 한 그 기업은 무한한 번영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1982.10 '한국인' 기고문)

    ▲내가 40여 년 동안 키워온 것이 인재이다. 이들이 성장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좋은 업적을 내는 것을 볼 때 고맙고, 반갑고, 아름다워 보인다.(1982.7 사장단 회의에서)

    ▲돈벌이를 하려면 반도체 말고도 많다. 왜 이렇게 고생하고 애쓰는가? 반도체는 국가적 사업이고 미래산업의 총아이기 때문이다.(1982.1 사내 반도체 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 공존공영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앞날을 위해서도 꼭 지켜야 할 문제이다. 중소기업이 있어야 대기업도 발전하고, 대기업이 있어야 중소기업을 끌어주고 키워줄 수 있는 것이다.(1982.10 전경련 좌담회에서)

    ▲모든 설비투자계획에 있어서 5년 정도를 내다본 단기 안목 위에서 세우지 말고 10년 이상 50년 정도의 장기 안목 위에서 세워야 한다.(1977.6 조선소 건설 현장에서)

    ▲보보시도장(步步是道場), 이것이 인생이다. 나는 가끔 이 말을 되새겨본다. 사람은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길을 닦고 스스로를 닦아나가기를 멎을 때 죽음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1976.6 언론 기고문)

    ▲나는 인간사회에 있어서 최고의 미덕은 봉사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경영하는 기업의 사명도 의심할 여지없이 국가, 국민 그리고 인류에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 (1987.1 언론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