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파업 돌입…민노총, 대정부 투쟁·줄줄이 예고화물연대, 24일0시부터 운송거부…안전운임연장에도 강행할듯기업체감경기 2년여만 최악…복합위기에 저성장 경고등까지
  • ▲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기자간담회에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파업 계획과 요구사항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기자간담회에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파업 계획과 요구사항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속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노동계의 동투(冬鬪·겨울철 투쟁)까지 겹치면서 한국경제의 복합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총력투쟁을 선포했다. 먼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23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대(對)정부 공동 파업을 진행한다. 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등 공공운수노조 산하 조직 13곳이 참여한다. 첫날 건보고객센터지부가 강원도 원주 건보공단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 대회를 열고 해고 없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뒤 원주 시내를 행진할 예정이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도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에 나선다. 다만 응급실 등 필수 업무는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파업에 돌입하려던 용인경전철지부는 임금 교섭 잠정 합의로 파업을 사실상 철회했지만 인천공항지역지부는 노사 교섭 상황에 따라 오는 28일 전면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24일에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25일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와 학교 비정규직 노조, 30일과 다음 달 2일에는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전국철도노조 파업이 각각 예고됐다.

    정부와 산업계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총파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확산으로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화물운송마저 차질이 빚어지면 타격이 적잖기 때문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가 민생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성장 동력의 불씨를 끌 수 있다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태도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성명을 내고 "지금은 모든 경제 주체가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요구사항을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때가 아니다"고 총파업 자제를 촉구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의 과로·과적·과속운행을 개선하고자 도입한 최소 운임제도다. 우선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만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일몰제로 시범도입돼 시행 중이다.

    전날 국민의힘과 정부는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기로 했지만,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가 아닌 연장에 반발하며 예정대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총파업에 대비해 경찰청·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국방부 등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비상수송대책 본부를 구성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항만·컨테이너기지(ICD)·고속도로 요금소, 휴게소 등 중요 물류거점에는 경찰력을 사전 배치하고 순찰활동을 강화해 불법행위를 막을 계획이다.

    또한 군위탁 컨테이너, 자가용 화물차 유상운송 등을 통해 화물 수송력을 증강할 방침이다. 파업 기간 운송에 참여하는 10t 이상 사업용 견인형 특수자동차와 자가용 유상운송 허가 차량에 대해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혜택을 준다.

    경찰과 협조해 정상적으로 운송에 참여하는 화물차 운전자가 안심하고 운행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할 방침이다.
  • ▲ 한덕수 국무총리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오는 24일로 예고된 화물연대 파업 관련 정부입장 및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오는 24일로 예고된 화물연대 파업 관련 정부입장 및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일각에선 노동계 동투가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 경제는 복합위기에 빠져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가 여전한 데다 내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일 우리나라 경제가 내년 1.8%, 2024년 1.9% 각각 성장할 거로 전망했다. 2년 연속 성장률이 2.0%를 밑돌면서 경기 반등이 녹록지 않을 거로 예상했다. 2.0%를 밑도는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0.8%),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2차 석유파동 영향을 받은 1980년(-1.6%)을 제외하면 없었다.

    기업은 체감 경기가 1년11개월 만에 최악 수준으로 나빠졌다. 2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11월 모든 산업의 업황 BSI(실적)는 75로, 전달(76)보다 1포인트(p) 떨어졌다. 지난 2020년 12월(75) 이후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흐름도 좋지 않다. 9월(78) 이후 3개월째 내림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노동계 동투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기 부진을 더욱 악화시키고 물가 압력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어 부적절하다"면서 "시기적으로도 일반적인 임금협상 등의 논의시점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화물연대의 경우) 물류를 막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독점적인 가격 인상 요구와 유사한 성격(의 총파업)이어서 타당성 측면에서도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