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건설현장 절반 이상 "레미콘 타설 중단" 피해현대차 울산공장 '로드 탁송' 진행… 포스코 수해복구 지연국토부, 오늘 화물연대와 첫 면담… 결렬 시 내일 업무개시명령 예고
  • ▲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닷새 째를 맞으며 산업계 전반에 타격이 크다. 금일 정부와 화물연대가 첫 교섭에 나서며 결과가 주목된다.

    28일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지속되면서 피해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며,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정부는 위기 발생 때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이뤄진 위기경보체계를 발동한다. 국토부는 이번 위기경보단계 상향은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점, 항만 등 주요 물류 시설의 운송 차질이 지속되고 있는 점, 수출입 화물 처리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실제로 경제계는 완성차, 철강, 정유, 시멘트, 레미콘, 해운 등 산업 전반에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한다.

    한국무역협회의 '집단운송거부 긴급 애로·피해 신고 센터'에 접수된 수출 애로 사항은 지난 주말까지 32개사 56건에 달했다.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바이어 거래선 단절이 25건(45%)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물류비 증가(16건·29%)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 중단(13건·23%) ▲공장·항만 반·출입 차질로 인한 물품 폐기 (2건·4%) 순으로 나타났다.

    대표 피해 업종인 시멘트·레미콘 업계는 운반차질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시멘트 출고량은 평시 대비 20% 수준에 그쳤고, 레미콘 품귀현상으로 타격을 입는 건설현장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개 건설사, 전국 459개 현장 중 절반 이상인 259개 현장에서 지난 25일부터 레미콘 타설 공정이 중단됐다. 

    한국시멘트협회와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레미콘공업협회 등 5개 단체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건설·자재업계 공동성명서'를 내고 "화물연대의 불법 파업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들은 "엄중한 경제 위기 상황 속에 화물연대가 지난 6월에 이어 또다시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함에 따라 국내 모든 건설현장이 셧다운 위기에 처했다"며 "화물연대 운송거부는 비노조원들과 주택공급을 볼모로 국가 경제를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 명분없는 이기주의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지난 4일간 발생한 누적 피해규모는 464억원에 달한다. 지난 26일 전국 시멘트 출하량은 평소 91%감소한 9000톤(t)으로 급감했다. 업계는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오는 29일부터는 전국 대부분 건설현장이 멈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철강 역시 화물 운송량이 급감했다. 현재 철도와 해상 운송을 통해 전체의 10% 정도만 운송이 이뤄지고 있는데, 화물차를 이용한 운송은 긴급물량조차 운송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이번 파업으로 포항공장 8000톤을 비롯해 하루 5만톤 규모의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지난 27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찾아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차관은 "현재 화물연대 파업 영향으로 철강 업계는 이달 출하계획 중 47%의 물량만 출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철강산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출자 차질이 지속되면 국가경제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태풍 힌남로 여파로 인한 피해복구가 한창인 상황에 출하 차질이 겹쳤다는 반응이다. 포스코 측은 "연말까지 가동 정상화에 여념이 없다"면서 "이때문에 수해복구를 위한 설비자재 반입 및 복구 과정상 발생하는 폐기물 반출 목적의 차량 입출고가 가능하도록 화물연대에서 협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포항지부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 나흘째인 2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철강산업단지에 화물차량들이 운행을 멈춘 채 서 있다.ⓒ연합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포항지부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 나흘째인 2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철강산업단지에 화물차량들이 운행을 멈춘 채 서 있다.ⓒ연합뉴스
    완성차업체들 사이에서도 파업에 따른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기아는 지난주부터 울산, 광주공장에서 나온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서 출고 센터로 보내고 있다. 현대차의 탁송업체인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차질이 심각해질 것을 대비해 '로드 탁송' 등의 대책을 세운 상태다.

    현대차, 기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판매 볼륨이 적은 르쌍쉐는 아직까지 가시화 된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당 업체들도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탁송 뿐 아니라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생산지연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타이어 업계도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난주에는 출하 물량이 기존 대비 30~40% 수준으로 하락했다. 다만 이번주에는 40~5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는 하루 평균 8만본을 생산하는데 화물연대 파업 이후 대부분의 물량을 출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등 물류기업들도 파업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업을 앞두고 물류기업들이 미리 주요 항만으로 물류 수송에 나서면서 아직까지 큰 물류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62.6%를 기록해 10월 평시 수준(64.5%) 수준을 기록했다.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파업과 주말 영향 등으로 평시 대비 17% 수준에 머물렀다.

    HMM과 LX판토스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대비해 일주일 전부터 고객사 물량을 미리 선출하해 주요 항만에 옮기는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다만 해운 물류업체들은 아직 항만 혼잡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 이상 장기화될 경우 항만 적체 등 물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대화에 나선다. 양측 공식 대화는 이달 15일 이후 13일 만으로, 총파업 시작 후 첫 교섭이다. 화물연대 김태영 수석부위원장과 국토부 구헌상 물류정책관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교섭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품목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국토부는 "안전운임제는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강경하다. 정부는 오는 29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에 대해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밝히며 이날 오후 예정된 정부와 화물연대 간 교섭에도 총파업이 계속될 경우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것을 예고했다. 

    화물연대와 정부는 금일 면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29일에 예정된 국무회의에 업무개시명령이 상정되고, 다음 달 2일부터 화물연대에 더해 코레일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