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국회 '안갯속'… 법인세 인하 논란 평행선3주택 12억까진 중과 배제… 종부세 '원죄' 민주당 양보野, 대통령실 이전예산 등 2兆 감액 단독 수정안 강행 '으름장'
  • ▲ 내년 예산처리 지연.ⓒ연합뉴스
    ▲ 내년 예산처리 지연.ⓒ연합뉴스
    169석의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을 늘리기 위해 내년 예산안 처리에 몽니를 부리면서 경제위기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를 유치해도 모자랄판에 철지난 '초부자 감세' 주장으로 국민과 국가경제를 볼모로 삼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가 합의 처리키로 한 임시국회 예산안 처리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예산국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해임건의안이란 외생변수까지 생겨 '안갯속'이다. 예산안은 이미 법정처리 시한(2일)을 넘긴 상태다. 2014년 법정시한을 둔 국회 선진화법 도입이후 가장 늦게 예산안이 처리될 처지다. 일각에선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대 쟁점은 법인세 인하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25%로 올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도로 내린다는 방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월 발간한 KDI 포커스-'법인세 세율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이 3%포인트(p) 내리면 경제규모가 단기적으로 0.6%, 중장기적으로 3.39%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KDI는 "OECD 회원국중 4단계 누진구조의 일반 법인세율 체계를 가지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며 "'법인세 감세=부자 감세'라는 (주장은) 낡은 정치적 구호"라고 꼬집었다.

    지난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때보다 악화한 기업들의 재무지표, 내년 1%대 저성장에 따른 투자 감소와 실업 증가 우려,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 지난 10여년간 주요 5개국(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 법인세율을 평균 7.2%p 내린 점 등을 들어 법인세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쟁국인 대만은 법인세율이 20%고 지방세는 아예 없다. 민주당 주장대로면 우리나라와 대만의 법인세는 지방세 포함 7.5%p나 차이 난다"며 "누가 대만에 가지 않고 우리나라로 오겠나. 기업의 조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 먹거리인 반도체 등을 대만 등에 빼앗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전경련·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 11일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일부에선 내년 우리 경제의 역성장까지 전망한다"며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한 제도상 모멘텀 마련은 정부와 국회의 중요한 책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국보다 불리한 법인세법을 개선하지 않고 기업에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경제계는 세제 개편이 투자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고, 과감한 혁신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을 높이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12일 OECD 홈페이지를 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4.3%로, OECD 평균(3.0%)보다 1.4배 높다. 38개 회원국 중 6위다.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국가는 룩셈부르크(5.9%), 노르웨이(5.9%), 칠레(4.9%), 호주(4.7%), 콜롬비아(4.7%) 등 5개국이다.
  •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연합뉴스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가 '부자 감세'라며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의장 중재안(2년 시행유예)도 거부한 상태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 등을 막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등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의 세수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야당은 정부 예산안에서 5조1000억원을 감액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감액한 만큼을 이재명표 예산으로 채워 넣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애초 문재인 정부 5년 평균 국회 감액률(1.2%)을 내세워 7조7000억원 감액을 주장했으나, 문재인 정부 평균 예산 증가율(8.5%)과 내년 본예산 증가율(5.2%)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자 문재인 정부 5년간 평균 감액 수준으로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이는 여당의 감액 마지노선인 2조6000억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감액 규모를 최대 3조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야당은 최소 5조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간극을 좁힐 수 없어 예산안 협의가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같은 부자 감세 프레임의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선 절충점을 찾아가고 있다. 여야는 종부세 중과세율(1.2~6.0%)을 적용하는 다주택자의 범위에서 조정대상 지역의 2주택자를 빼기로 했다. 3주택자 이상만을 다주택자로 보기로 한 것이다. 또한 여야는 3주택 이상을 보유했더라도 주택 공시가격 합산금액이 12억원을 넘지 않으면 중과세율 대신 일반세율(0.5~2.7%)을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투기 목적이 아닌 농가나 상속주택이 포함됐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기본공제액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린다.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오른다. 부부공동명의자인 경우 기본공제가 부부합산 12억원에서 18억원으로 상향된다. 민주당이 종부세에 대해선 정부·여당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민주당은 법인세 등 쟁점 사안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정부안에서 2조원쯤을 감액한 자체 수정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태도다.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한 만큼 법인세 인하를 저지하면서 대통령실 이전 예산 등을 깎아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준예산 편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12월31일)까지 처리되지 못했을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 예산을 말한다. 준예산은 사실상 정부기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리비와 인건비만 지출할 수 있다. 신규 사업은 물론 사회간접자본(SOC), 노인일자리, 신설되는 부모급여나 지급단가가 인상된 복지관련 재량지출이 막히게 된다는 얘기다. 추 부총리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도 어려운데 (준예산을 편성하면) 우리 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져 경제위기를 초래할 단초가 될 수 있다"면서 "준예산은 상상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