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파월 의장 '매파' 발언에 뉴욕증시 급락… 'R의 공포' 덮쳐경제 활력 도모 발등의 불… 추경호 "수출·투자 고강도 정책 요구"여야,'네 탓' 공방속 법인세 줄다리기… "일하게 해달라" vs "양보 못해"김의장 "늦어도 19일엔 통과돼야"… 野, 2%p 내주고 당근 챙기나
  • ▲ 예산안.ⓒ연합뉴스
    ▲ 예산안.ⓒ연합뉴스
    글로벌 경기침체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가운데 일자리와 경제 활력을 위한 법인세 인하는 정치권의 입법 흥정 대상으로 찍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예산국회가 경제 발목을 잡는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경제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여야가 최대 쟁점인 법인세를 2%포인트(p) 내리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증시 나스닥 3.2%↓… 경기침체 공포 확산

    15일(미국 현지시각)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64.13p(1.45%) 내린 3만3202.2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99.57p(2.49%) 떨어진 3895.7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60.36p(3.23%) 내린 1만810.53에 각각 장을 마쳤다.

    전날 끝난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0.5%p 기준금리 인상)을 밟으며 시장의 예상에는 부합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의 여전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 발언이 '산타 랠리'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시장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표가 고점을 지나 완만하지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연준이 내년 중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미국의 여전히 뜨거운 노동시장을 근거로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하려면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금리를 더 높게 올려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시장은 과도한 긴축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연말 쇼핑 대목'에도 지갑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 판매는 10월보다 0.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2.0%)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감소폭은 시장의 전망치(-0.2%)보다 더 컸다. 외신은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여파로 점차 소비가 위축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설상가상 이날 유럽중앙은행(ECB)도 연준과 비슷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ECB는 기준금리를 2.00%에서 2.5%로 0.5%p 올리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췄지만, 금리를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이 될 때까지 꾸준한 속도로 인상하겠다며 내년 3월부턴 자산 축소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경기 활력 절실한데… 법인세 인하 제자리걸음

    대외 불확실성에 세계 경제가 냉각하면서 경제 활성화 방안이 발등의 불이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주요 기관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1%대 중후반으로 전망하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 교역량이 줄고 우리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아주 좋지 않을 것 같다. 수출과 투자를 위한 고강도 정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활력을 촉진할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 카드는 예산국회에 발목이 잡혀 답보상태다.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25%로 올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도로 내린다는 방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월 발간한 법인세 세율체계 개편안 관련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단계 누진구조의 일반 법인세율 체계를 가지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며 "법인세 최고세율이 3%p 내리면 경제규모가 단기적으로 0.6%, 중장기적으로 3.39%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법인세 등 세법 개정안은 내년도 세입 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지정된 상태다. 내년도 예산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때 이들 법안도 자동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를 '재벌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하면서 예산안과 부수법안 처리가 요원한 실정이다. 일각에선 세밑을 지나 새해 첫날에야 지각 처리됐던 2014년도 예산안 이후 9년 만에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는 '오점'을 남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여야 모두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으나 야당의 새 정부 발목 잡기가 도를 넘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같은 '부자 감세' 프레임을 씌웠던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중과세율(1.2~6.0%)을 적용하는 다주택자의 범위에서 조정대상 지역의 2주택자를 빼고 기본공제액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등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 민주당이 종부세에 대해선 정부·여당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를 두고도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1차 중재안(법인세 3%p 인하, 2년 뒤 시행)을 거부했던 민주당은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15일 김 의장의 2차 중재안(법인세 1%p 인하)을 전격 수용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심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예산안 처리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상황을 언제까지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정부·여당도 중재안을 수용해주기 바란다"고 화살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장고에 들어갔다. 애초 김 의장의 1차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민주당이 몽니를 부리면서 타협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중재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지금 법인세 문제로 해외직접투자 (유치) 전쟁이 붙어 있는 상황"이라며 "겨우 1%p 내리는 것만으론 해외투자자나 중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자본에 (대해) 대한민국이 기업 하기 좋고 경쟁력 있는 나라라는 신호를 주기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 의장이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전액 삭감하되 일단 예비비로 운영할 수 있게 하자는 절충안에 대해서도 "현재 경찰국이나 인사정보관리단이 적법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절충안은 사실상) 새 정부가 하는 (정당한) 업무를 다 위법하게 만드는 낙인찍기이므로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예산국회가 지연될수록 국민의 비판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야가 정치적 합의점을 찾을 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대 쟁점인 법인세의 경우 최고세율을 2%p 내리고 민주당에 당근을 더 주는 선에서 원내 지도부가 담판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인세) 2%p를 내리면 우리는 (수용이) 된다. 1%p 인하는 뭐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연합뉴스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는 16일에도 김 의장 주재로 얼굴을 맞댔으나 기존 견해를 되풀이하며 서로에게 양보를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헌법이나 법률에도 예산 편성·운영은 정부에 주도권을 주고 있다"며 "정부가 위기의 순간에 빠르게, 계획대로 재정 운용을 할 수 있게 (민주당이)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원칙에서 더는 양보할 게 없다는 것이 솔직한 상황"이라면서 "윤 대통령께서 더 이상 '독불장군'같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고 국회와 여야의 판단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맞섰다.

    김 의장은 협상 지연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의장은 "오늘이라도 여야 원내대표가 정부랑 합의해서 합의안을 발표해주시고, 주말에 모든 준비를 갖춰 아무리 늦어도 월요일(19일)엔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처리시한을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