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최후통첩 19일도 대치… 법인세 접점 모색·경찰청은 평행선전문가 "준예산 부담, 딜 예상"… "국민 위한 원칙·우선선위 따져야"尹대통령 "예산안 지연, 국민께 송구… 끝까지 원칙 지키며 최선"
  •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연합뉴스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연합뉴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 등 부수법안 처리를 두고 막판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일각에서 정치적 담판을 지어도 국민의 처지와 눈높이에서 우선순위를 따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로 접어들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여야가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와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두고 딜(거래)을 한다면 정부·여당이 경제정책에 좀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날까지 예산안을 처리할 것을 최후통첩했지만, 여야는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도 네 탓 공방을 하며 상대방에게 예산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돌렸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예산안 협상의 마지막 두 쟁점 중 법인세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결과 의견접근을 볼 수 있는 단계는 됐다"면서 "하지만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운영 예산은 민주당이 전액 깎자고 한다. 야당이 5억원의 예산 때문에 639조원이나 되는 정부예산 전체를 발목 잡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합법적으로 설치된 국가기관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대선 불복이자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일부 예산이 삭감될 순 있어도 전액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건 그 기구를 반신불수로 만들어서 일 못 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진정 국정에 무한책임이 있는 집권당이라면 대통령 심기 경호에만 쩔쩔매지 말고 즉각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에 협상의 전권을 주지 않고 시시콜콜 주문만 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기만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이 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다"며 "지금 국회에 여당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이 아니라 용산의힘"이라고 비꼬았다.

    여야가 설전을 벌였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예산안이 해를 넘겨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 현실화하면 여야 모두 상당한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연내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야당은 여당의 국정 발목잡기 프레임을 피할 수 없고, 여당은 '불통' 이미지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12월31일)까지 처리되지 못했을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 예산을 말한다. 준예산은 사실상 정부기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리비와 인건비만 지출할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쟁점이 법인세 인하와 경찰국 예산 정도만 남은 상태여서 연내 타결될 거로 본다"면서 "관건은 법인세와 경찰국 예산 등을 어떻게 주고받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우 교수는 "애초 법인세 인하에 반대했던 민주당이 국회의장의 1%포인트(p) 인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인하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인하폭을 2%p로 주고 (김 의장이 제시했던 중재안대로) 2년 유예를 적용하면 (민주당으로선) 당장 세수 손실을 막으면서 실질적으로 현 정부에서 감세 효과는 별로 없는 (타협)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법인세 과세표준(과표) 중 (2억원 이하, 2억∼200억원 등) 과표 아래 구간을 먼저 내리고 (3000억원 초과 등) 위 구간을 일정 기간 유예한 뒤 내리는 방안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이 경우 감소폭이 크고 세수에도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민주당이 선택할) 확률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야당으로선 법인세 인하에서 어느 정도 양보한 뒤 경찰국 예산 등에서 얻을 게 있을 거라는 견해다.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선 여야가 정치공학적으로 담판을 짓더라도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현실과 국민에게 가장 큰 실익이 돌아갈 수 있게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여야 간 경제철학이 워낙 다르다"면서 "(정부·여당은) 여소야대 의석수를 떠나 어떤 것이 옳은 정책인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섣불리 '협치'라는 말에 (현혹돼 국민을 위한다는) 원칙을 저버리지 말았으면 한다"면서 "법인세 인하 등은 옳은 정책이다. (정부·여당이) 소신과 원칙을 지켰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정책의 방향 설정은) 정권 초기에 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별로 없다"면서 "야당에서 (전액 삭감을 주장하는) 경찰국 예산 등은 조직개편과 관련한 것으로, 타협의 여지는 있겠으나 (국민을 위하는 우선순위에서) 경제정책이나 노동시장 개혁보다는 (뒷순위)"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파업) 사태에서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도 오르고 있다. 이를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여당이 필요하다면 준예산 편성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견해다. 성 교수는 "(예산안 담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원칙은 무엇이 국민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정책인가"라면서 "꼭 법인세 인하가 아니더라도 그런 (경제)정책이 국민과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이를 통해 경제 활력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정부·여당이 야당과 딜을 해야 한다면) 경찰국 예산보다는 법인세 인하를 얻어내는 것이 원칙에 더 부합한다"고 역설했다. 성 교수는 "최악의 경우엔 준예산 편성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런 경우 국민에게 최소한의 설명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 ▲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정례 주례회동에서 "내년 글로벌 경기 하향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어느 때보다 내년도 예산의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한 뒤 "정부는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며 예산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