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 중간 포지셔닝으로 프리미엄 강조베트남 호치민에 동남아 첫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고급화 수요 반응 확인중동지역 진출 청사진… 말레이시아 공장 신설에 400억원 투자
  • ▲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크레센트몰 내 파리바게뜨 매장 전경ⓒ조현우 기자
    ▲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크레센트몰 내 파리바게뜨 매장 전경ⓒ조현우 기자
    라면·김치에 이어 K-베이커리가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가 있다. 고급화, 다양화, 현지화 등 글로벌 전략을 바탕으로 파리바게뜨는 현재 중국,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베트남 등 8개국에서 44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매장 2만개를 열겠다는 포부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SPC그룹의 성공 전략을 분석해 봤다.<편집자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동남아시아에서의 포지셔닝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크레센트몰에서 뉴데일리와 만난 한나 리 SPC 동남아시아사업 총괄 CEO는 “해외 진출 기업들의 마케팅이나 로컬 기업들의 전략 등을 살펴보며 차별화를 위해 재료·인테리어·패키징 등을 모두 고급화 해 변화를 줄 수 있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베트남 역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변화가 생겼다. 의복·식사 등에서 더 나은 것들을 사고 싶어하는 보상심리가 생기면서 브랜드를 고급화한 것이 맞아떨어졌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파리바게뜨는 한국의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의 중간 정도의 퀄리티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 ▲ 이곳에서는 차별화된 로컬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조현우 기자
    ▲ 이곳에서는 차별화된 로컬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조현우 기자
    그는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바게트와 크로아상 등이 식문화에 이미 포함돼있다”면서 “현지인들의 빵에 대한 이해도도 높기 때문에 적당한 가격과 퀄리티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점 때문에 반미(bánh mì)와 흡사한 파리바게뜨만의 샌드위치를 로컬라이징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치민에 동남아시아 지역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크레센트몰은 SPC그룹의 동남아시아 진출 전략인 ‘고급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크레센트몰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 ▲ 베트남 호치민 크레센트몰 내 플래그십스토어에 방문한 고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조현우 기자
    ▲ 베트남 호치민 크레센트몰 내 플래그십스토어에 방문한 고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조현우 기자
    크레센트몰은 베트남 내 부촌으로 꼽히는 푸미흥 지역에서도 주요 상권에 위치해있다. 베트남에서 몇 없는 VIP 라운지를 가지고 있는 몰이며, 특히 1층은 샤넬과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는 핵심 플로어다.

    또 푸미흥 지역은 지역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는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다. 거주자들은 그 앱을 통해 지역 정보를 공유하고 그들만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한나 리 동남아시아사업 총괄 CEO는 “푸미흥 거주자들은 실 거주자만 가입할 수 있는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지역 정보를 공유하고 그들만의 유대감을 형성한다”면서 “우리가 타깃으로 잡은 것이 바로 그 고객 층”이라고 말했다.
  • ▲ 한나 리 SPC그룹 동남아시아 사업 총괄 CEOⓒSPC그룹
    ▲ 한나 리 SPC그룹 동남아시아 사업 총괄 CEOⓒSPC그룹
    SPC그룹은 지난해 1월 허진수 SPC그룹 글로벌BU장을 사장으로 임명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국내 성공 모델을 해외에 빠르게 이식하고, 국가별 책임경영을 통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한나 리 동남아시아사업 총괄 CEO 역시 조직개편 이후 SPC그룹에 합류했다. 싱가포르 RHQ(Regional Headquarter)의 장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사업을 총괄하면서, 각각 국가별 리더를 별도로 세웠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리더로 활동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베트남만 하더라도 북쪽과 남쪽이 언어에 차이가 있고 식문화와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동남아시아에 11개 국가가 있지만, 깊게 들어가 언어로 따지면 1000여개에 달한다”면서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음식을 구하는지, 지역 사업자가 어떻게 재료를 조달하는지 등은 현지 리더가 잘 알기 때문에 로컬 리더들과 가깝게 대화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 ▲ ⓒSPC그룹
    ▲ ⓒSPC그룹
    SPC그룹이 동남아시아 지역을 넘어 준비하고 있는 곳은 중동, 문화적 구분으로 보자면 바로 ‘할랄’이다. 지난 6월 SPC그룹은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할랄인증 제빵공장 건립에 착수하는 동시에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인 ‘버자야 푸드 그룹(BERJAYA FOOD)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와 중동을 아우르는 할랄 시장의 전초기지로 삼고 2500조원에 달하는 무슬림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빵과 케이크, 소스류 등 100여 품목 생산이 가능해 동남아시아지역은 물론 중동 국가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그간 동남아시아지역 제품의 경우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출해왔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말레이시아공장은 동남아시아나 중동으로 제품을 수출하기에 지리적인 이점도 있고, 자율무역협정도 체결돼있어 비용적·시간적인 부분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특히 외식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다. 한나 리 CEO는 이 변화를 앞서가며 빠르고 능동적으로 변화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나 리 동남아시아사업 총괄 CEO는 “회사의 비전은 2030년까지 동남아시아와 중동에 600개 이상의 점포를 오픈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개인적인 포부는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성장하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