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1년 소비시멘트 약 5000만톤…탄소배출량만 4000만톤 폐자재·슬래그 활용 '거푸집'·'시멘트'·'보강근' 등 연구개발 성과10대건설사 녹색기술인증 평균 1.4건 불과…삼성물산 '3건' 업계최다"EU·미국 탄소국경세 도입…부진한 기술인증, 해외시장 진출장벽 될수"
  • ▲ 10대 건설사 CI. ⓒ각사 제공
    ▲ 10대 건설사 CI. ⓒ각사 제공
    건설업계에 '녹색기술' 바람이 불고 있다. 탄소중립을 기조로 한 국제사회에 맞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강조되자 친환경 기술·자재 개발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수단으로 ESG평가가 자리 잡으면서 콘크리트·철강재 등 건설자재 친환경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건설자재 도입으로 탄소발생을 줄여 ESG성과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공사비 절감과 공급망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그중에서도 콘크리트는 환경오염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콘크리트는 1㎥당 시멘트 245㎏이 사용돼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콘크리트 주재료로 쓰이는 '1종 보통 포틀랜드시멘트(OPC)' 경우 1톤 생산에 약 0.8톤의 탄소가 발생해 기후변화 원흉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건설사업장에서 소비하는 시멘트는 연간 약 5000만톤으로 이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400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건설은 최근 삼표피엔씨와 업계 최초로 친환경소재로 만든 '콘크리트말뚝(PHC파일)'을 공동 개발했다. 건축물 기초공사용으로 사용되는 콘크리트말뚝은 강도가 110㎫로 기존 PHC파일인 80㎫ 보다 개선됐고 탄소배출은 크게 줄였다. 1000가구 규모 아파트단지에 사용할 경우 탄소발생을 약 600톤 감축시킬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그룹내 사내벤처 이옴텍과 함께 폐자재를 활용한 친환경 '콘크리트거푸집'도 개발했다. 폐플라스틱과 제철부산물인 슬래그분말을 융합해 판재형태로 만들어진 이 거푸집은 제작원가가 기존 보다 8% 정도 저렴하고 무게도 가벼워 설치 및 운반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매끄러운 표면 덕분에 콘크리트에서 쉽게 떼어낼 수 있어 토양오염을 일으키는 박리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재활용도 가능하다.

    대우건설도 저탄소 친환경 콘크리트 도입을 본격화했다. 한라시멘트와 공동개발한 이 제품은 기존 콘크리트 대비 최대 112㎏/㎥까지 시멘트 사용량을 줄여 탄소배출을 약 54%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조기강도가 우수한 '슬래그시멘트'를  활용해 동절기 콘크리트 품질하자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에코플랜트는 페트병을 원재료로 한 철근대체물인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보강근(제품명 케이에코바)' 생산에 돌입했다. 일명 철근이라고 불리는 보강근을 철이 아닌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 탄소배출량이 50%이상 적고 강도는 2배 더 단단하다. 

    방사능폐기물 등 고위험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원전부문에서도 '친환경바람'이 거세다. 

    현대건설은 최근 자체개발한 원전해체부지 복원기술로 환경부 녹색인증을 획득했다. 이 기술은 원전해체부지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세슘' 제거를 위해 염화칼륨을 세척공정수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테스트결과 방사성 오염토양에서 90% 수준의 세슘을 제거하는 효과를 냈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약 30%는 건설 초기단계, 특히 시멘트·철강재 등 자재 생산과정에서 상당부분 배출된다"며 "건설사들은 탄소배출 저감 등 녹색경제활동과 관련해 금융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련 매출비중을 늘려야 하는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 ▲ 10대 건설사 CI. ⓒ각사 제공
    이처럼 다수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친환경 기술·자재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업의 친환경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녹색기술인증'을 받은 건설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녹색기술인증은 정부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 온실가스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평가하는 제도로 국토교통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인증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건설사 평균 녹색기술인증 건수는 1.4건에 불과하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이 각 3건, 현대건설이 2건을 받았으며 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이 각 1건의 인증을 받았다. 다만 10대건설사중 환경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현재 녹색기술인증이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회사가 자체 보유한 녹색기술인증은 없지만 핵심연구조직인 에코랩센터와 소각재 재활용 관련 협업중인 씨엠디기술단이 4건의 인증을 획득했다"며 "관련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혁신)으로 환경사업 전반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건설사들의 부진한 친환경 전환이 결국 해외시장 진출에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럽연합(EU)은 2026년이후 국경탄소세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며 미국도 관련법안이 현재 의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이홍일 연구위원은 "탄소국경세 도입이 본격화되면 전통적인 시멘트·철강 같이 탄소배출이 많은 자재를 사용할 경우 원가상승 부담이 추가로 발생될 것"이라며 "국내건설사 주요 진출국인 중동과 동남아에서는 아직 탄소국경세 도입이 추진되지 않지만 사업에 다국적은행이 참여할 경우 탄소배출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