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예산 올리기 어렵지만 장기적 대응시 승산있어 복지부 "추후 재정당국과 병상 수 확대 검토" 국회 토론회 기점으로 예산삭감 비판론 확산될 듯
  • 지난달 병상축소 통보를 받은 후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가 원내 내방객을 대상으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 지난달 병상축소 통보를 받은 후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가 원내 내방객을 대상으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국립중앙의료원(NMC) 신축이전 과정서 기획재정부가 병상 축소를 통보한 가운데 의사들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나고 있어 판이 뒤집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NMC 소속 일부 의료진(전문의협의회)은 병상축소 결정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국회, 정부를 설득하고 대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요구안대로 병상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이날 이소희 NMC 전문의협의회장(정신건강의학과)은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미충족 필수의료와 의료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며 “제2의 코로나와 같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예산 삭감이 아니라 요구안대로 시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기재부는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는 100병상 등 총 760병상 규모로 NMC 신축이전 사업을 확정해 통보했다. 하지만 NMC측은 최소 총 1000병상 이상(본원 800병상)의 규모가 필요하다고 맞선 상태다. 

    NMC 내외부 관계자들은 당장 병상축소 결정이 철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3월 기재부의 설계용역이 진행되는데 그 전에 요구안대로 병상을 늘리거나 예산 확충을 위한 절차를 밟기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진입하면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공공의료를 대표하는 상징성, 신종감염병 전초기지로의 역할, 현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인 필수의료 확충의 근거로 작용하는 기관의 특성이 있기에 조율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이다. 

    신축이전 사업은 NMC 상위기관인 복지부가 기재부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 중인데, 복지부 역시 당장은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추후 논의과정서 예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지난 7일 1차 NMC 신축이전 및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위원회에서 “본원의 총사업비 병상규모 축소에 대한 공공의료 안전망 약화 등 대내외적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완공시점(2027년)을 고려해 설계공모 등 행정절차를 일정대로 차질없이 진행하면서 병상 수 확대 문제와 관련 재정당국과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의사들 예산삭감 비판 ‘한목소리’… NMC는 최후의 보루 

    9일 오후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 주최로 열리는 국회 토론회는 NMC 병상축소의 불합리함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소희 NMC 전문의협의회장은 ‘예산 삭감이 불러올 미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며 ▲현대화 사업 규모 현안과 총사업비 조정결과의 문제점 ▲공공보건의료체계 총괄기관의 필요 충족요건 ▲국가 병원 기능을 고려한 현대화 사업 규모를 제안한다. 

    그는 “감염병이 왔을 때 최전선에 있어야 하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안전망으로 국가 병원이 필요한 것이고 이번에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외 감염병병원들은 대규모의 모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탄톡생병원’은 음압격리병상 330병상에 모병원은 1720병상 규모다. 홍콩 감염병센터는 음압 격리병상 108병상에 모병원 1753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 샤리떼 병원도 음압 격리병상 20개 병상과 모병원 3001병상 규모다. 

    토론자로 나서는 김연재 센터장(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은 NMC가 그간 에볼라·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 대응까지 감염병 재난 대응을 경험하면서 체득한 현장중심적 문제들을 점검하고 기능유지를 위한 모병원의 적정규모 필요성 등을 강조한다. 
     
    엄중식 교수(가천대의대 감염내과)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유행 이후 신종감염병에 대한 국가방역체계 구축을 위한 대책이 시행됐지만 감염병전문병원이 없는 상태”임을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감염병 자체 대응에 부족함이 없도록 배후 병원의 규모와 역량이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임을 언급할 예정이다. 

    정경원 교수(아주대의대 외상외과)는 “외상센터의 운용을 위해 일반병상 증설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며 양적·질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의료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지역 내 유일한 권역외상센터인 NMC 중앙외상센터는 1000병상 이상의 모병원을 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명승권 대학원장(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역시 “압도적인 민간중심 의료공급체계로 돌아가는 대한민국 필수의료에 아낌없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양질의 필수적인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중앙병원의 역할을 가진 NMC의 설립 배경을 근거로 기재부의 예산 삭감을 비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