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사치재에 매기는 특소세로 도입… TV·냉장고 등 2016년부터 제외車 개소세율 5%… 경기침체 때마다 인하, 세율 3.5%로 아는 국민 많아"1가구2차량도 적잖아 '시대착오적'…슈퍼카는 보유세 개념으로 재설계해야"정부, 세수감소 부담… 10兆 개소세의 1/4이 차량, 2020년부터 다시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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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오는 7월 국산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인하하기로 한 가운데 아예 자동차 개소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수차례 개소세 인하가 반복된 상황에서 국민들은 "자동차가 사치재냐"고 반발하며 과세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개소세는 자동차나 귀금속, 모피, 경마장, 골프장, 카지노 등 사치재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사치성 높은 물품의 소비 억제는 물론 10% 균등 세율을 적용해 소득이 낮은 사람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부가가치세의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해 1977년 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특별소비세였지만, 2008년 개소세로 명칭이 변경된 후 2016년에는 대용량 TV·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이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

    개소세의 핵심은 과세대상이 '사치재'냐는 것이다. 사치재가 아니라면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TV·에어컨·냉장고·세탁기도 이런 관점에서 과세대상에서 빠졌다.

    이제 집집마다 있는 TV나 냉장고 등을 사치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2022년 기준 승용차 등록대수는 2095만 대로 국민 5명 중 2명은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사치재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경기침체기에 개소세 인하 정책을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써온 것도 자동차를 더는 사치재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국민에게 사치를 장려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부터 6개월간 자동차 개소세를 5%에서 3.5%로 인하했고 2012년에도 9월부터 4개월간 인하했다. 2015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 대응차원에서 개소세를 인하했다. 2018년 7~12월에도 같은 이유로 개소세를 내렸다.

    2019년에는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개소세 인하조치를 연장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3~6월에는 자동차 개소세율을 5%에서 1.5%로 파격 인하했고, 이후 개소세율을 3.5%로 단계적으로 상향한 뒤 6개월 단위로 연장해 지난해 12월까지 이어졌다.
  • ▲ 승용차.ⓒ연합뉴스
    ▲ 승용차.ⓒ연합뉴스
    오랫동안 개소세 인하 혜택을 본 국민은 올해 개소세가 5%로 정상화되면서 손해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장기간 이어진 개소세 인하 정책 탓에 자동차 개소세율은 3.5%라고 인식하는 국민도 많아졌다.

    정부는 오는 7월 국산차에 붙는 개소세를 인하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정부가 국산차에 대한 개소세를 인하하겠단 이유는 수입차와의 차별해소다. 수입차는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 신고되는 수입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해 과세하지만, 국산차는 제조와 판매법인이 한 회사로, 제조원가를 알 수 없어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 영업마진 등을 더해 과세표준을 정한다. 국산차가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차이에 대한 부담을 개소세 인하로 덜어주겠단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동차에 대한 개소세 과세는 이제 그 명분이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이제는 1가구 2차량도 적잖은 상황에서 사치재라는 인식이 옅어졌다는 견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인하와 정상화를 반복하면서도 자동차 개소세를 유지하는데는 해당 세수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매년 개소세수는 10조 원쯤이 걷힌다. 이 중 4분의 1이 자동차 개소세수다.

    2017년 1조188억 원이던 자동차 개소세수는 2018년 9767억 원, 2019년 7953억 원으로 감소하다 2020년 8427억 원, 2021년 9308억 원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정부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세수입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보편화·일상화 된 물품인 자동차에 대한 개소세 부과는 시대착오적이라며 폐지가 수순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고가의 슈퍼카 등에 대해선 지방세인 자동차세를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자동차도 고가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의미가 바뀌었으므로 자동차 개소세 폐지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세수감소가 걱정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슈퍼카 등 고급 수입차의 경우 '개소세 과세' 명분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자동차세로 보완해야 한다"며 "개소세는 폐지를 원칙으로 하되, 자동차세를 현재 배기량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으로 개편하는 등 보유세 개념으로 간다면 보완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