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농협은행 제휴 만료 카뱅 등 인뱅들 '손사래'업황도 부진… '이중 삼중고'
  •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제휴은행 찾기에 분주하다. 내달 24일로 농협은행과 실명계좌거래가 종료됨에 따라 새 은행과 제휴를 맺을 지 농협은행과 재계약을 성사할 지 주목된다. 

    다만 최근 가상자산 업황이 좋지 못한 데다 빗썸을 둘러싼 검찰 조사가 잇따르고 있어 선택지가 넓지 못하다. 


    ◆업비트 성공 공식 따라 인뱅에 손짓

    1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의 제휴은행으로 거론되는 곳은 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다. 

    빗썸이 카카오뱅크에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업비트가 다진 인터넷은행과 제휴를 통한 성공 공식을 따라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4년 전 빗썸은 업계 선두였으나 후발주자였던 업비트가 실명계좌 은행을 IBK기업은행에서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로 변경하며 1위 자리를 내어줬다. 당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업비트의 현재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한다.  

    시중은행은 탄탄한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점은 장점이지만 대포통장 개설을 막기 위해 모바일 이체 한도가 일일 100만원으로 제한된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한도를 늘리기 위해선 재직증명서나 급여명세서 등 은행이 지정한 증빙서류를 갖고 지점을 방문해야 한다. 

    은행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은 이러한 한도규제로부터 자유로워 이용자들의 자금 입출금이 수월하다. 


    ◆ 이미 코인원 손잡은 카뱅은 '손사래' 

    현재로선 카카오뱅크가 빗썸이 내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검토하며 여러 거래소와 미팅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빗썸도 포함됐으나 최종적으로 거래가 성사된 쪽은 코인원이다. 코인원은 작년 11월 농협은행과 제휴를 종료하고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카뱅의 선택을 두고 거래소 규모보다 안정성에 방점을 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빗썸은 시장점유율 10%가 넘는 2위 업체지만 실소유주, 지배구조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빗썸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강종현의 부당 이득과 관련해 배우 박민영도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사실상 1뱅크-1거래소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는 상황서 이제 막 코인원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카뱅이 거래소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카카오뱅크 측은 "지난해 코인원과 제휴에 앞서 여러 거래소와 가상자산 스터디 차원서 미팅을 진행했는데 그 부분들 때문에 빗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 것 같다"면서 "현재 제휴 논의는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황이 부진한 점도 제휴은행 선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만일 가상자산 업계가 호황기라면 저원가성예금에 목마른 은행들이 먼저 제휴에 적극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 ◆ 돌고 돌아 다시 농협은행 

    결국 남은 선택지는 농협은행과 재계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농협은행은 그간 빗썸과 6개월 간 계약을 연장해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1년 연장했다. 지난해 코인원을 카카오뱅크에 내어준 뒤 빗썸까지 다른 은행에 빼앗기면 가상자산을 위해 유입된 고객들이 농협은행을 떠날 수 있다. 농민과 중장년 고객이 많은 농협은행은 가상자산과 제휴를 통해 MZ세대 확보 및 디지털 확대를 도모해왔다. 빗썸 사용자수는 약 700만명이나 된다. 농협은행 입장에서도 놓치기 아쉬운 규모다. 

    최근 은행권이 이자이익 확대로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 제휴는 비이자이익 성장을 위한 채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농협은행이 빗썸을 통해 얻은 수수료는 수십억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빗썸 역시 농협은행과 협상 끈을 놓고 있지 않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빗썸과 은행 제휴 연장에 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