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하이브 인수전 격화될수록 주가 급등락얼라인 행동주의, 주가 상승 긍정적…밸류에이션 상향도유상증자 입장 변화·낮은 신주인수가에 명분 희석 비판도
  •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 의해 촉발된 카카오와 하이브 간 에스엠(SM) 지분 인수전이 격화되면서 공방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최근 주식 시장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주주 행동주의 투자의 영향력에 대한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이 공존한다. 주주 가치 제고를 통해 그간 눌려 있던 에스엠 주가가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단 평가와 동시에 한편으론 주가 부양 후 먹튀 우려도 적지 않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은 지난 22일까지 최근 4거래일 동안 8% 넘게 하락하며 12만원 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달 초 종가 기준 8만6700원이었던 주가는 13거래일 만에 50% 넘게 폭등했지만 다시 미끄러지는 모습이다.

    13만원까지 올랐던 에스엠 주가가 하락 전환한 건 하이브가 기존 공개매수가(12만원)를 변경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영향이다.

    그간 하이브가 카카오와 경영권 분쟁에서 공개매수가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카카오의 반격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주가 상승의 소재가 됐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전을 촉발시킨 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다.

    지난해 3월 얼라인은 보유한 에스엠 지분은 단 1.1%였지만 공개주주서한 발송, 주주총회 표 대결을 거치며 신임 감사 선임에 성공했다.

    이후 에스엠과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간 불공정계약 종료를 이끌어낸 뒤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판이 커졌다. 지난 10월 계약 종료 이후 에스엠 주가는 2배가량 오른 상황이다. 지분 싸움에 폭로전 양상까지 보이면서 에스엠 인수전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행동주의가 촉발한 이번 인수전에 소액 주주들은 반색하고 있다.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주가가 오르고 주주환원도 확대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에스엠 경영진은 보통주 1주당 1200원의 결산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지난 21일 공시했다. 사외이사 비중을 55%로 올리고, 여성 이사 후보는 36%로 제안했다.

    실제 증권사들은 최근 에스엠의 목표주가를 줄상향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기존 8만6000원에서 15만원으로, 하나증권은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메리츠증권은 10만5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눈높이를 올렸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분 경쟁과는 별개로 SM엔터테인먼트의 올해 경영계획 고려 시 멀티레이블 체제에서 전사적 아티스트 활동이 강화되고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 등의 경영 효율화로 외형 성장 및 이익률 개선이 구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동주의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제안이 활발해지면서 대상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으로 연결돼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과 주주 제안 활성화는 중장기적으로 대상 기업의 주가는 물론 한국 증시의 가치 재편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식 급락 가능성…먹튀 우려 제기

    반면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행동주의펀드의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지만 속내는 기업 주가를 단기 부양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지난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과 SK 분쟁, 2005년 칼 아이칸의 KT&G 분쟁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버린은 SK 주식을 15%가량 확보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사회 사퇴를 요구했다.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약 1조원을 투입했고, 소버린은 9000억원대 차익을 남겼다. 칼 아이칸도 KT&G의 경영권 개입에 가담 후 1500억원대 차익을 보고 떠났다.

    가장 가까운 일로는 한진칼 사례가 있다. 강성부펀드 KCGI가 경영권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면서 2020년 4월 주가는 11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KCGI가 시세 차익을 거둔 채 퇴각하면서 급락, 현재 4만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카카오의 에스엠 유상증자에 대한 얼라인의 입장 변화를 놓고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에스엠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당시 얼라인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극구 반대했다. 반면 지난 7일 카카오의 에스엠 증자에 대해선 이상적 제휴라고 평가한다.

    카카오의 신주 인수가격은 발표 당시 장 중 고점 9만9700원보다 낮은 9만1000원 수준으로, 이날 주가는 8만5700원까지 순식간에 내려갔다. 행동주의펀드가 기존 주주가치를 떨어트리는 행동을 용인했다는 것 자체로 이미 명분이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우리의 목적은 에스엠의 기존 경영진이 발표한 '에스엠 3.0' 멀티프로듀싱 전략, 이사회의 진정성에 막연한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그 전략이 실행된다면 3년 내에 영업이익이 3배로 늘고 주가는 30만원까지 갈 거라 본다. 현 상황에서 주식 매도를 고려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