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외국인 9000억원대 순매도…올 들어 처음 '팔자'연준 긴축 우려 속 환율 1300원대 돌파 영향강달러 단기 지속…코스피 박스권도 이어질 듯
  • 올 들어 국내 주식을 거침 없이 사들이며 증시 상승을 이끌던 외국인들이 다시 주식을 던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50bp 인상) 단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달러 강세까지 겹친 탓이다. 당분간 코스피 박스권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4일 한주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937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주간 단위로 외국인 순매도를 기록한 건 올 들어 처음이다. 

    이날 오전 9시40분 현재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1037억원, 코스닥에서 386억원어치 순매도 중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강도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17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3조270억원 순매수했다. 지난달 6조6593억원 순매수했던 것에 비해선 약화되는 추세다. 

    상승세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1월 9.57% 상승하며 2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코스피는 이달엔 지난 24일 기준 0.06% 하락하며 2400선 박스권 움직임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된 건 환율 강세 탓이다. 연준의 강경한 긴축 의지가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며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두 차례나 1300원대를 돌파했다.

    최근까지 연준의 금리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은 다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50bp 인상)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24일 공개된 1월 미 개인소비지출(PCE)는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5.0%)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지난해 12월(5.3%)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PCE는 연준이 가장 눈여겨보는 물가 지표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부터 계속된 주가 상승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 물량을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예상보다 높고 긴 금리 인상 그리고 이에 연동한 달러 강세는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동안 코스피는 답답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올랐던 시절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1300원 내외의 환율을 위기라 보는 것은 과하다"면서도 "코스피 지수가 2300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했던 수준보다는 외국인 순매수세가 제한적일 수는 있지만 매수와 매도가 반복되는 숨 고르기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는 단기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과 이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출 회복, 중국 양회에서 내수·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한 각종 정책을 발표할 것이란 예상 등은 원화 가치를 높이고 강달러 현상을 완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에는 달러 강세가 주식시장의 단기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과 경기부양은 미국이 아닌 국가의 경기 지표 개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달러 강세가 길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