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하이브 계약서 왜곡 언급 유감 표명하이브, "카카오 SM엔터 경영 참여 입장 밝혀야"전략 수정 외친 카카오, '주식 공개 매입' 가능성도
  •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하이브가 카카오와 SM엔터가 체결한 사업협력계약서에 문제를 제기하자 이에 카카오가 반박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최근 카카오와 SM엔터 간 사업협력 및 주식발행 계약에 대해 ‘카카오의 우선적 신주인수권이 명시된 점’, ‘SM엔터 아티스트의 국내·외 음반 및 음원 유통’, ‘국내 공연, 팬미팅 티켓 유통’ 등을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하도록 한다는 조항 등이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브 측은 이 같은 법적인 문제들에 대해 검토를 진행하고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우선협상권, 주주 권리 침해 논란

    카카오엔터는 우선협상권이 주주 권리를 침해한다는 하이브의 주장에 유감을 표명했다.

    카카오엔터 측은 “일반적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투자 계약 체결 시, 투자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신주 혹은 주식연계증권을 추가 발행할 경우 우선협상권을 갖는다는 조항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사업 협력을 전제로 한 투자자의 지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SM엔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투자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기존 주주들의 권리와 이익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기업의 제 3자 유상증자는 해당사의 이사회 등 적합한 의결 절차를 거친 후 발행할 수 있는 만큼,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한다는 하이브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이브 측은 카카오의 해명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특혜”라며 소수 지분 투자자에게 우선협상권을 부여하는 조항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비상장사의 경우 이런 조항을 넣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기업공개(IPO) 절차를 진행하려면 주주보호를 위해 삭제돼야 하는 조항”이라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속성의 내용이라면 이사회 의결이 아닌 주주총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 카카오의 SM엔터 경영 참여 여부

    양측의 의견이 대립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카카오의 SM엔터 경영 참여 여부다.

    우선 카카오 측은 하이브의 태도 변화를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하이브가 카카오와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24일 돌연 SM엔터 경영진에게 본 계약과 관련된 세부적인 의사결정을 모두 중단하라고 입장을 번복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하이브 측 인사로만 구성된 이사회 멤버를 추천하며 기존 경영진과 이들이 세운 방향성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하이브 측은 “카카오가 경영 참여에 관심이 없다는 전제하에 카카오엔터의 사업적 제안 내용이 SM엔터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SM엔터의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책임(GSO)을 추천한 것에 대해서도 “카카오엔터의 임원이 사실상 유통 조직을 총괄함으로서 이해상충 구조가 만들어져 SM 아티스트들의 협상력을 제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엔터 측은 “장윤중 GSO의 글로벌 음악산업 내 네트워크와 사업 역량은 물론, K팝 음원유통 경쟁력을 갖춘 카카오엔터와의 협업을 통해 SM엔터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결정”이라며 “이를 SM엔터의 사업에 대한 통제라고 한다면 하이브 측이 제안한 3명의 하이브 임원의 SM엔터 사내이사 선임 추천과 사외이사, 기타 비상무이사, 비상임감사 추천은 하이브가 SM 전체를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는 기존 SM엔터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하이브의 의견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전략 전면 수정’ 외친 카카오, 공개 매수 가능성 제기

    그동안 조용히 상황을 관망하던 카카오는 이번 분쟁을 기점으로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하에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주식 추가 매입이나 공개 매수 등의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는 대항 공개 매수를 비롯한 주식 추가 매입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실탄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으로부터 약 1조 2000억 원의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중 1차 투자금인 8975억 원이 납입 완료된 상황이다.

    하이브는 내달 1일까지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 원에 공개 매수해 지분 25%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력의 우위를 앞세운 카카오가 공개 매수가를 올려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판도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수만 전 총괄이 SM엔터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카카오의 전략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가처분 결과는 카카오가 SM엔터에 신주 발행 대금을 지급하는 날인 3월 6일 이전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