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류 13.8%↑, 석유류 14.2%↓… 가공식품 오름세 '주춤'근원물가 4.8%↑,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웃돌아정부 "2분기 3%대 전망"… 내수 활성화에도 박차
  • ▲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넷째주(19∼23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리터)당 1천596.4원으로 전주보다 0.4원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연합뉴스
    ▲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넷째주(19∼23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리터)당 1천596.4원으로 전주보다 0.4원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 예상대로 4%대 초반까지 둔화했다.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이 올랐지만, 석유류가 큰 폭으로 내렸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4%대 후반을 유지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4일 통계청이 내놓은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2% 올랐다. 지난해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낮았다. 전달(4.8%) 10개월 만에 4%대 물가를 기록한 데 이어 낙폭이 커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월 물가 상승률은 4%대 초·중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맞아떨어졌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후 둔화세다. 추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2분기엔 어쩌면 3%대 물가 수준을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물가 하락은 석유류 가격이 내린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내려 2개월째 하락했다. 그동안 물가 상승세를 견인했던 석유류는 지난 2월 2년 만에 가격이 내렸다. 3월 내림 폭은 전달(-1.1%)보다 커졌다. 2020년 11월(-14.9%) 이후 최대 폭의 하락이다. 휘발유(-17.5%)와 경유(-15.0%), 자동차용 LPG(-8.8%) 등이 모두 내렸다.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은 9.1% 올랐다. 상승률이 여전히 높았다. 다만 오름폭은 전달(10.4%)보다 둔화했다. 빵(10.8%), 스낵 과자(11.2%) 등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농·축·수산물 상승률은 3.0%를 보였다. 채소류(13.8%) 등 농산물이 4.7% 올랐다. 양파(60.1%), 풋고추(46.2%), 파(29.0%), 오이(31.5%) 등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수산물도 7.3% 올랐다. 상승 폭은 전달(8.3%)보다 둔화했다. 고등어(14.0%)가 많이 올랐다.

    축산물은 1.5% 내렸다. 국산쇠고기(-6.1%), 수입쇠고기(-7.0%) 등의 가격이 내렸다.

    전기·가스·수도는 28.4% 올랐다. 전달(28.4%)에 이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이어갔다. 전기료 29.5%, 도시가스료 36.2%, 지역 난방비 34.0%가 각각 올랐다.

    서비스 중 집세는 전세(1.2%), 월세(0.7%) 모두 올랐다.
  • ▲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지수 동향.ⓒ통계청
    ▲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지수 동향.ⓒ통계청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9.4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근원물가는 줄곧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1월 5.0%까지 상승했다가 2개월 연속 상승 폭이 꺾였다.

    하지만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0.6%포인트(p) 더 높게 나타났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를 웃돈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7.91로, 1년 전보다 4.0% 상승했다. 지난해 11월(4.3%) 이후 둔화세를 이어갔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고자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4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12.33으로, 1년 전보다 4.4% 상승했다. 식품은 6.8%, 식품 이외는 2.8%, 전월세 포함 물가지수는 3.9% 각각 올랐다. 다만 전달(5.5%)보다 상승세는 둔화했다.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 예상에 부합하면서 앞으로 정부의 정책방향이 경기 부양으로 본격 턴(전환)할지 주목된다.

    추 부총리는 지난 2월 10일 열린 '편집인협회 월례 포럼'에서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앞으로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하다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턴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반도체 등 수출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민생 현장이 활력을 찾으려면 소비가 좀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