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출 '15조→12조' 역성장… 美 첫 20조 돌파메모리 '스마트폰→데이터센터' 이동, 美 비중 확대솔리다임 효과, 낸드 매출도 증가… 美 패키징 공장 계획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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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이 줄어든 반면 미국 영향력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중국 매출 12조2104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매출은 39.7% 증가한 23조9609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매출이 2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 매출과 두 배가량 벌어졌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매출은 글로벌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 데이터센터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시장으로 자리잡았던 스마트폰과 PC 등 IT기기는 소비자들의 구매심리 둔화 등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표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화웨이의 빈 자리를 공략했던 샤오미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지난해 출하량이 크게 하락했다. 중국 업체들의 주력 제품이 중저가폰 중심인 만큼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소비 둔화 영향을 더 많이 받은 탓이다. 실제 지난해 샤오미, 오포, 비보의 출하량은 전년 대비 각각 20%, 25.6%, 27.1% 줄었다.

    또 SK하이닉스는 자회사 솔리다임이 지난해부터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서 미국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수한 인텔 SSD 사업을 운영할 미국 신설자회사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낸드 매출이 전년보다 34.7% 증가한 14조1839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반도체 후공정) 공장도 설립할 계획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건립 계획을 공개했다. 패키징 시설과 반도체 연구개발(R&D)에 150억달러(약 19조4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미국 신공장에 대해 "리뷰(검토)가 거의 끝났다"면서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키징 공장은 전공정 팹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미국 고객사가 요구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 고부가 패키징이 필수인 만큼 미국에 건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으면서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회복도 더디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최근 자동차·2차전지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반도체 등 수출에서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