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부진에 석달째 '경기둔화' 진단… 그린북 4월호"금융불안, 러·우 전쟁 등 하방위험… 내수는 완만 회복"추경호 "韓, 하반기 호전될 것… 금융시장 신뢰성 높아"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우리 경제 상황을 '둔화' 국면으로 진단했다. 3개월째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내수는 다소 숨통이 트이는 반면 수출 부진이 악화하고 있다고 봤다.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흐름이 나아질 거라며 당분간은 물가 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면서 "내수는 대면 활동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하고 있지만, 수출·설비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 1월 처음으로 우리 경제가 '둔화' 국면에 들어갔다고 판단한 이후 3개월째 견해를 유지한 것이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와 통화 긴축에 따른 금융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하방위험이 교차하며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과 제조업황 악화가 경기회복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3.2%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제품 부진으로 1년 전보다 13.6% 줄었다.

    다만 정부는 내수와 관련해선 대면 활동이 늘면서 완만히 회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보다 0.7% 증가했다. 소매판매도 5.3% 늘었다.

    지난달 소비 관련 지표는 더 긍정적이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1년 전보다 503.1% 증가했다. 백화점 매출액 증가율도 7.2%로, 2월(5.2%)보다 2.0%포인트(p)나 높아졌다.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율도 9.0%로 2월(8.1%)보다 확대됐다.

    앞선 9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4월 경제 동향'에서 "경기 부진이 지속하는 모습"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내수와 관련해선 "부진이 일부 완화했다"고 진단했다. 3월 평가에서 사용한 '내수 둔화'라는 표현을 뺐다.
  • ▲ 미국을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IMF 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 및 한국 경제 전망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미국을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IMF 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 및 한국 경제 전망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현재 경제 상황을 '둔화'라고 공식 진단하면서도 당분간은 경기부양보다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태도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고 금융 불안의 불씨가 잠재된 상황이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경기와 시장 안정을 위해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면서 "우선은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 나가는 게 정책의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물가 수준은 (지난해 7월) 최고점인 6.3%에서 서서히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3월) 소비자물가가 4.2%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달(4.8%)보다 0.6%p 내리며 추세적인 둔화 흐름을 보였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8% 오르며 5%에 근접했다. 3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2%)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비(非)OPEC 주요 산유국을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의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경제가 호전될 거라고 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올해) 국가별로 경기 흐름 양상은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해"라면서 "우리는 IMF 등 유수 기관의 경기 전망을 볼 때 올해는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조금 나아질 것이고, 올해보다는 내년이 성장률 지표가 훨씬 나은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한국 금융 상황과 관련해선 "뉴욕 월가나 국제신용평가사 의견을 종합해보면 한국의 금융시장, 기관 건전성에 대한 신뢰는 상당히 높다"면서 "그동안 건전성 관련 조치를 지속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이 제일 강건하고 비금융권도 일부 섹터에서 연체율이 다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 시장 전반의 불안을 확산시키는 시스템적 리스크로 다가올 가능성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