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태양광 투자 속도 낸다… ‘친환경 리더’ 굳히기

한화그룹이 자금조달을 통해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에 고삐를 죈다. 선제적 생산 능력을 확보해 시장 점유율 1위를 공고히 하고 초격차를 잇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합병 후 첫 공모 회사채 발행에서 19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당초 조달하려던 금액 1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수요예측에서 705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자 발행액을 늘린 것이다. 심지어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별민평(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모든 물량이 완판됐다.

한화는 조달금액을 자회사 한화솔루션의 미국 조지아 공장 솔라허브 태양광 제조 장비 공급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초 미국 조지아주 3조2000억원을 투자해 잉곳‧웨이퍼‧셀‧모듈 등을 현지 생산하기 위한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태양광 에너지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구체적으로는 연 3.3기가와트(GW) 규모의 잉곳‧웨이퍼‧셀‧모듈을 생산하는 공장을 따로 신설한다. 현재 연 생산 능력이 1.7GW인 모듈은 생산라인 추가 증설을 통해 총 8.4GW로 확대한다. 

솔라허브 가동이 본격화 하면 한화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부터 완제품인 모듈까지 5단계 밸류체인 생산 라인을 모두 갖춘 유일한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한화의 전폭적인 태양광 투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효과적 대응과 함께 시장 점유율 1위 지속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IRA가 본격 발효된 올해부터 현지에서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세액 공제를 포함한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 태양광 제품 판매를 통해 현지 시장 1위 자리를 더욱 탄탄히 굳힐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한 밸류체인별 생산 라인을 한 군데로 모아 물류비 절감과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원가 경쟁력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 

한화의 태양광 사업 투자 확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 방산‧금융‧서비스 사업 등 대표 사업을 단순화하고 태양광 등 성장세를 보이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사업은 수요 급증에 따라 선제적 투자를 통한 생산 능력(케파) 확보가 중요하다. 한화는 그간 시장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태양광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도 태양광 사업이 포함되는 화학제조업에 가장 높은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의 사업부문별 투자 기 지출금액을 보면 ▲화학제조업 4240억원 ▲화약제조업 3325억원 ▲ 레저‧서비스업 등 241억원 등 순이다. 특히 화학제조업의 경우 한화솔루션과 한화큐셀의 태양광 관련 생산 라인 증설 및 개조, 신규 공정 추가 등 투자가 대부분이다. 

한화는 동시에 오는 8월에도 최대 2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 추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한화는) 2021년 이후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참여 및 한화건설 합병으로 현금 흐름이 다소 저하됐다”면서도 “설비투자와 사업 재편에 기반한 이익 창출력 확대 등을 바탕으로 중기적으로 양호한 현금 흐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