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누계 국세수입, 전년比 15.7조원↓… 재정적자 벌써 31조원정부, 유류세 정상화 등 검토했으나 8월까지 연장… 서민부담 고려추경호 "지출구조조정 우선"… 이미 24조원 허리띠 졸라매 여력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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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수결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재정당국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한 세제 정상화가 여의찮은 데다 세수추계 오류의 불똥이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세수입은 52조2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조7000억 원 감소했다. 정부가 한해 걷기로 한 세금 중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진도율도 2월 기준 13.5%로 지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2월 세수진도율은 17.7%였다.

    세수가 덜 걷히는 것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침체 영향으로 양도소득세가 4조1000억 원, 증권거래세가 8000억 원 각각 감소한 탓이 크다.

    복지 등으로 씀씀이는 커졌는데 세수가 줄면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24조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한 관리재정수지는 30조9000억 원 적자다. 올해 정부가 제시한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는 58조2000억 원이었다. 2월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이미 53%에 달한다.

    이에 정부가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계적으로 원상회복하고,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세제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휘발유는 25%, 경유는 37%의 유류세를 인하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한 교통·에너지·환경세 감소분은 지난해 5조50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는 18일 유류세 한시 인하 기간을 오는 8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애초 이달 말까지였던 인하 기간을 4개월 더 연장하기로 유류세 탄력세율 운용방안을 확정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지 하루 만에 전격 발표했다. 기재부는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서민 경제의 부담 완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처로 휘발유에 적용되는 유류세율은 25% 인하된 상태가 유지된다. 경유와 LPG부탄에 대해선 현행 유류세 37% 인하 조치를 유지한다. 정부는 오는 8월 초쯤 유류세 단계적 정상화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세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야당을 중심으로 세수추계를 다시 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고 증세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단 추 부총리는 "세수추계를 새로 한다고 해서 추경으로 연결할 필요까지는 없다. 재정지출 효율화를 먼저 살피고 증세는 제일 나중에 검토할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다만 재정당국으로선 세수추계 오류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추 부총리는 기재위에서 "세수 상황이 올해 내내 녹록하지 않다"며 "애초 정부가 올해 세수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았는 데도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에 부동산 경기·주식시장이 빠르게 위축돼 관련 세수들이 예상보다 덜 걷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1분기 상황이 특히 안 좋고 전반적으로 세수 상황이 타이트하겠지만,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거라던 기존 견해보다도 한층 어둡게 전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감세 정책을 펴겠다고 했을 때 고물가·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 확산 등을 고려하면 정부의 세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당시 추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경상성장률을 기준으로 평균적인 (세수)증가 수준을 담았다"며 세수 전망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다.

    당장 야당 일각에선 정부의 감세정책을 꼬투리 잡을 기세다. 17일 기재위에선 정부의 기업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 정책이 세수 감소를 초래했다는 야당의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로선 경기 활성화를 위해 단행한 법인세 인하(1%포인트(p))와 유류세 인하 연장 등의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세수결손을 해결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가 된 것이다.

    정부는 일단 허리띠를 더 졸라맨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녹록잖은 상황이다. 올해 예산안 편성 당시 재정당국은 역대 최대인 24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미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최대한 줄였다는 의미로, 추가로 지출 구조조정을 할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속사정 때문에 추 부총리는 지난 10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직전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한 해에 몇 차례씩 추경을 하면서 18~19% 재정 지출이 증가해도 '왜 돈은 더 쓰면 안되냐'식의 표현을 스스럼없이 했다"고 작심발언을 한 것이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막는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재정준칙)은 기재위 소위를 통과하지도 못한 상태다.

    정부 입장은 난처해졌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야당의 증세 주장과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수감소 등에 대해 집중 공격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세수결손은 중요한 사건이다. 재정운용의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라며 "현 정부는 기업의 경영활동 활성화를 위해 증세하지 않겠다는 것이 공약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증세는 어려울 거다. 올해 세입증가에 어려움이 있기에 (유일한) 대안은 세출 구조조정을 하고, 불가피하다면 국가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증세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