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까지 적자 기조 유지… 반도체 수요 부진 지속현물 가격 일시적 반등 불구 고정가격 이어질지 미지수반도체 감산 영향 하반기부터 공급 업체 재고 부담 완화
  • 지난해 4분기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는 적자폭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분기에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되며 상반기까지 고난의 시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최대 4조원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전분기에 이어 적자가 지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 6986억원, 영업손실 1조 7012억원, 순손실 3조 5235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가 나온 건 10년 전인 지난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2분기에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우존스에 의하면 다이와캐피털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적자 규모는 4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상 상반기까지 실적 보릿고개가 이어지는 셈이다. 

    이 같은 전망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D램 가격은 지난달 1.81 달러로 급락한 이후 여전히 1달러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3월 가격 역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요 위축, 재고 압박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전분기 대비 22% 감소하고, 가격 하락폭도 2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낸드 비트그로스 역시 전분기 대비 14% 줄고, 가격 하락폭도 19% 수준으로 예상했다.

    IT세트의 판매 전망치는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스마트폰, TV, 태블릿, 데스크탑, 노트북의 지난해 출하량 전망치는 당초 예상대비 7~17% 낮아졌다. 

    팬데믹 동안에도 부진했던 스마트폰의 경우 포스트 코로나 환경에서도 출하량이 줄고 있다. 글로벌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본격적인 반등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중국 모바일 기업들은 지난해 중순부터 수요 부진으로 재고조정에 돌입했다.

    TV 출하량은 급증했던 하이엔드 제품군을 중심으로 매년 1000만대씩 줄고 있다. 언택트(Non-Contact) 환경에서 각광받았던 노트북과 태블릿도 당초 예상대비 부진하다. 하반기 들어서는 가전시장도 판매 둔화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재고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25년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달 들어 현물 가격이 반등하긴 했지만 고정 거래 가격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물가격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로 보통 2~3개월의 간격을 두고 반도체 제조업체와 수요업체간 대규모 거래시 적용되는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된다. 가격이 시장에서 현물로 인도되는 제품에 먼저 반영되고 대형 계약 건에 나중에 반영되는 식이어서 시간 차가 발생한다.

    특히 전방 IT 수요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가격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단언하기 힘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만큼 당분간 재고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전례 없는 불황으로 감산에 돌입한 만큼 하반기께나 업황 반등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의 감산에 이어 최근 삼성전자까지 동참한데 따른 효과다. 

    한국은행은 '금융·경제 이슈분석'에 실린 '반도체 경기 회복 가능성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IT버블 붕괴(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등 과거 반도체 경기 하강기에도 재고율이 고점에서 약 5~7개월 정도의 조정 기간을 거친 후 반등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주요 전망기관들도 대체로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 이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은 주요 반도체 업체의 감산으로 올 2분기부터 재고조정이 진행되면서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의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전체 생산 대비 10~20% 정도의 감산을 시행 중"이라며 "감산이 완제품 공급감소로 이어지기까지 통상 4~6개월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부터는 공급 업체의 재고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