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간호사 출신 개원 '우울증 평가·파킨슨병 관리' 등 논란의료계 항의로 광고 내렸지만… 간호법 이후 부작용 사례로 거론병원 밖 의료행위로 오인… 견고한 의료체계 '후진국' 전환 우려이은혜 교수 "경력간호사 지역사회로 빠져… 입원환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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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간호조무사협회
    #. 서울 송파구 소재 A요가원은 상급종합병원 출신 간호사들이 원장직을 맡고 있으며 5월 중순 확장 오픈이 예정됐다. 이곳은 '프리미엄 노인건강관리센터'를 표방하며 우울증 환자평가, 파킨슨병 증상관리, 뇌졸중 재활운동 등 의료행위가 가능하다고 포탈 등에 광고했다. 이후 의료계의 항의로 해당 문구는 삭제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간호법 이후 발생할 기형적 의료 지형이 형성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지표다. 

    2일 의료계는 야당 주도로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단체장 단식에 이어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고강도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A요가원와 같이 병원 밖에서 이뤄지는 부적절한 의료행위가 횡횡할 것이라는 문제다. 

    이날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해당 업체의 사례는 간호법 이후 국민 건강권 침해, 의료 질 하락이 이어진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력한 항의로 광고 문구가 수정되긴 했으나 전국 곳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요가원을 비롯해 각종 미용센터 등을 개원한 간호사 원장의 소위 '지역사회 의료행위'가 무분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는 "간호법을 부모돌봄법으로 규정한 간호계의 속셈이 드러난 것"이라며 "견고한 의료체계가 무너져 간호사 중심의 건강관리센터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곧 우리나라가 의료 후진국으로 변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병원 밖에서 행해지는 별도의 건강관리비용을 의료비로 착각해 지출하는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문제도 예상된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실제 수행하는 업무는 제한적이고 전문성이 결여됐음에도 건강관리센터와 같은 이름을 달고 간호사 출신이라는 경력을 포함시켜 왜곡된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간호사 업무는 의사의 진료보조 행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인 원칙인데 이를 무시하고 사업적 영역만 강조되는 문제가 도사린다"며 "이 경우, 고령층은 의료행위로 착각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 경력간호사의 병원 이탈 '가속화'… 불똥은 국민에게 

    결국 간호법 이후 경력간호사는 어떤 식으로든 개원의 형태를 취하고 신규 간호사가 병원에 남아있는 구조가 형성돼 의료공백이 현실로 드러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이은혜 순천향대부천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은 분명 필요하지만 간호법은 그 방법이 틀렸다"라며 "경력간호사들은 나가서 개업하는 형태를 취할 것이며 원내 입원환자는 신규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맡아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 이후 중증 환자를 보려고 하는 병동간호사가 더 줄어들고 지역사회 노인돌봄 영역으로 나가려는 경향이 도드라질 것"이라며 "이미 빨간불이 켜진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쳐 모든 부담은 국민 몫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된다"고 예측했다.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은 별도의 안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며 '지역사회' 문구가 담긴 간호법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커뮤니티케어 활성화는 가야 할 방향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간호법이 통과해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되는 시점"이라며 "무엇이 국민을 위한 방법인지를 명확하게 따져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