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주도로 가결… 與, 표결 불참 후 대통령 거부권 건의 복지부 "갈등 조정없이 의결돼 매우 안타까워" 의사·간무사·방사선사 등 파업 동참… 의료대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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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의사협회
    최악의 보건의료 직역갈등을 유발한 간호법이 야당 주도로 의결됐다. 이에 따라 간호계를 제외한 범의료계 연대파업이 진행되는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 간호법 제정안은 재석 의원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해온 국민의힘은 반대 토론을 한 뒤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에서 퇴장,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틀 전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합의점을 찾고자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계가 간호법안 찬반으로 갈려 갈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의 간호법안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은 채 야당 주도로 간호법안이 의결돼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 간호법 논란의 중심은 '지역사회' 문구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한 것이다. 간호사,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처우 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간호법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됐다. 여기서 '지역사회'라는 문구가 단독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범의료계가 반발했다. 

    반면 대한간호협회는 "현재 간호법으로는 간호사의 독립적인 진료가 불가능하고 현행 의료법에도 저촉된다"며 지역사회 문구와 단독 의료행위 등을 결부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의료법 33조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와 달리 의료기관 개설 권한이 없다는 것이 간호계의 입장이다. 

    ◆ 연대 총파업 예고… 의료대란 온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7~19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간호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파업에 찬성했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의협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반대,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등 정책에 반대해 집단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간호법 반대 파업은 의사와 치과의사는 물론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간호조무사에 노인 장기 요양기관 등이 동참할 예정으로 의료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의협 박명하 비상대책위원장은 "간호법이 당초 목적과 달리 지역사회 돌봄 사업 독식을 위한 도구로 변질됐다"며 "13개 단체 총파업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역시 "간호법이 폐기될 때까지 총파업을 비롯한 강력한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은 "간호법 통과는 약소직역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통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