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당·정 중재안 수포로… 복지부, 간호계 회유책 꺼냈지만 실패야당 주도 간호법 원안대로 표결 예정… 범의료계 연대파업 어떤 결론이 나든 보건의료 전반 '후폭풍' 예고
  • ▲ 간호법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보건복지의료연대(좌측)과 대한간호협회가 상반된 입장을 주장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간호법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보건복지의료연대(좌측)과 대한간호협회가 상반된 입장을 주장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보건의료계 뜨거운 감자인 '간호법' 국회 본회의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와 정부, 각 의료단체의 셈법의 달라 조율점을 찾지 못했다. 현재로선 어떤 결론이 나든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 요구를 반영한 '간호법 중재안'이 마련됐고 이를 거부하는 간호계. 또 간호계 설득을 위한 정부의 회유책 발동 등 긴박한 막판 조율이 있었지만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야당 주도로 '원안대로' 통과가 유력해졌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범의료계 파업을 막기 위해 대통령 거부권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26일 보건의료계 주요 관계자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전날 보건복지부가 급작스런 간호인력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하며 간호법 중재안을 받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날 간호협회는 "간호법 중재안은 국회의 적법한 합의 절차를 무시하였을 뿐 아니라 의사집단 등이 유포한 가짜뉴스를 토대로 마련된 것이므로 일체 재고할 가치가 없다"고 선언했다. 

    ◆ 중재안과 회유책 쟁점은? 

    간호법 중재안은 민·당·정 간담회를 통해 만들어졌고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수정안이 제시됐다. 

    지난 11일 중재안에는 간호법 명칭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바꾸고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간호계의 반발로 18일 1차 수정 중재안이 나왔다. 지역사회 문구를 그대로 가되 '단독개원 금지'를 포함시켰다. 곧이어 나온 2차 수정에서는 간호법안이 아닌 '간호사법'으로 조율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의료계는 지역사회 문구가 간호사의 복지·의료시설 단독개원 근거를 만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간호계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간호법안에는 지역사회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간호계가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정부는 당초 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발표하며 회유책을 꺼내며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지역사회를 의식한 '방문형 간호 통합제공센터(가칭)'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PA간호사 업무범위 명확화,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5명으로 축소 등 다각적 대안이 제시됐다. 

    간호계는 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인력 종합대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간호법 중재안과 관련 연계성을 부인했다. 즉, 종합대책은 대책대로 진행하되 간호법 중재안을 받는 회유책으로 보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간호협회는 "종합대책은 간호인력 양성부터 숙련 가호 인력 확보 방안까지 종합·체계적으로 마련된 것"이라면서도 "여당과 복지부는 이번 대책을 간호법 제정을 가로막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그 의미를 퇴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범의료계 파업 촉발… 대통령 거부권 관건

    여야와 정부, 보건의료 직역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내일 간호법 본회의 표결이 이뤄진다. 현 상태에선 거대 야당의 주도로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결국 13개 의료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연대파업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 진행 투표를 실시한 결과 약 83%가 찬성했다. 이미 간호조무사 1000여명은 전날 연가를 내고 국회 앞에서 농성하는 '연가 투쟁'도 벌였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사를 포함한 각 의료직역이 일을 멈추면 국내 의료체계는 마비된다. 이로 인한 부담은 국민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재 분위기는 파업에 더 가까워진 모양새다. 

    이필수 보건복지의료연대 공동상임위원장(대한의사협회장)은 "간호계가 중재안 수용을 거부함으로써 간호법 추진 목적이 간호사 처우 개선이 아니었음이 확실해진 상황"이라며 "민주당은 다수 의석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앞세우며 문제투성이 원안을 통과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박명하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원안이 통과되면 이필수 의협회장을 비롯한 각 단체장들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국민께 송구하지만 13개 단체가 연대해 파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유일한 대안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좁혀진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이후 간호법에도 거부권이 행사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료 전체의 체계가 상당히 흔들리고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