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당정협의회 취소… 與 "한전 자구책 더 검토"한전, 남서울본부 등 부동산 매각 추가 자구책 제시與 "더 조율" vs 政 "못 미뤄"… 주도권 다툼 양상도
  • ▲ 전기요금 인상.ⓒ연합뉴스
    ▲ 전기요금 인상.ⓒ연합뉴스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국전력공사의 자구책 검토를 이유로 전기요금 결정을 또 다시 미룬 상태다. 추가 자구책 요청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한전은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더는 전기료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태도다. 인상을 둘러싼 당정 간 미묘한 주도권 다툼 기류도 감지된다.

    11일 정부와 여당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진행 예정이었던 당정협의회가 여당의 주도로 취소됐다. 여당은 한전이 보다 확실한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견해다.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간 조율을 더 거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애초 이날 당정협의회에선 전기요금 조정 폭을 확정하고 한전이 제출한 자구책 등을 검토할 예정이었다. 당정협의회가 연기됨에 따라 이후 절차인 한전 이사회, 전기위원회 심의 등도 미뤄졌다. 이에 최종 결정안은 12일 이후에야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유력한 조정안은 킬로와트시(kWh)당 7원 인상이다. 1분기 인상 폭인 13.1원을 합하면 총 20원쯤 오르게 되는 셈이다. 2분기 7원 인상이 결정되면 1~4인 가구는 최소 1800원에서 최대 2500원 오른 전기요금을 부담하게 된다.

    한전의 추가 자구책은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와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건물을 파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차장급 이상 간부 직원이 올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는 내용도 담겼다. 애초 한전은 올해 초 16조 원 규모의 자구책을 마련했으나 여당의 요청에 따라 20조 원 이상으로 규모를 키운 상태였다. 이번에 새로 마련한 자구책을 포함하면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여당의 '고강도' 자구책 압박은 지속되는 모양새다. 여당 관계자들은 이번 부동산 매각 등의 자구책에 이어 추가 대책을 더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당은 그동안 정승일 한전 사장의 사퇴를 자구책에 포함하라고 거듭 요구해왔다.

    여당이 한전을 계속 압박하는 이유는 강도 높은 자구책 만이 악화한 국민 여론을 전환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당은 지난해 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으로선 민심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만 여당의 이런 기조는 인상 결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하는 정부와의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고 양상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여당은 국민 여론을 1순위로 살피고 있다. 정부는 조속한 요금 현실화를 통한 적자 해소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부처와 여당이 의견을 모아가고 있지만, 큰 방향은 산업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여당이 전기요금 조정에 적극 관여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사안임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이런 기류는 한전의 자구책을 바라보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차례에 걸친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사장을 정조준해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그 사안(사퇴)과 한전의 자구노력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여당과 달리 기관 차원의 현실적인 재무 개선 노력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된다.

    다만 당정 간 인상 필요성에 대한 물밑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만큼 조정안은 빠른 시일 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32조 600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올해 1분기에만 5조 원대의 영업 손실이 예상되는 등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박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기·가스요금 인상 문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이라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경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만큼 곧 매듭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