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5월 그린북서 "제조업 부진, 경기둔화" 진단4월 반도체수출 전년比 41%↓… 14개월째 무역적자中리오프닝 효과 미미… IMF "美디폴트 시 세계경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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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4개월 연속 '경기 둔화'로 진단했다. 반도체 등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중심의 경기둔화가 지속하는 가운데 금융불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어 세계 경제가 패닉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해서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는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둔화가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경기둔화를 처음 언급한 이후 4개월 연속으로 '경기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기재부는 경기둔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반도체와 무선통신,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 부진을 꼽았다.

    수출 부진은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 4월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급감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올해 1~4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50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무역적자(472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설비와 건설투자도 부진한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는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4%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가 소폭 늘었지만, 운송장비 투자가 크게 줄었다.

    1분기 건설투자는 지난해 4분기보다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토목공사 실적이 증가했으나 건축공사 실적이 감소한 게 원인이다. 기재부는 "건설수주·건축허가면적 감소는 향후 건설투자에 부정적 요인이지만, 아파트 분양물량 증가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고용은 통계지표 상으로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4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5만4000명 증가했다. 다만 증가 폭은 3월(46만9000명)보다 둔화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경기부진으로 해당 분야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그나마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증가했다.

    내수의 경우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민간소비가 살아나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다고 기재부는 진단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과 석유류 가격 하락에 힘입어 3.7% 상승했다. 지난해 2월(3.7%) 이후 15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았다.

    다만 개인서비스 물가는 누적된 원가 부담과 여행 수요 회복 등으로 말미암아 오름세를 보였다.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3월 5.8%에서 지난달 6.1%로 확대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민간소비는 지난해보다 0.5% 늘었다. 4월 소매판매는 소비자 심리지수 상승과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지만, 백화점 매출 감소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3.1포인트(p) 상승한 95.1로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 수는 1년 전보다 1191.8% 늘었다. 다만 백화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0.8% 감소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미국 경제는 물가상승세 둔화가 이어지고 고용지표도 나쁘지 않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시장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중국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회복이 내수·서비스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글로벌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설상가상 미 연방정부의 디폴트 우려마저 커지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만약 미국이 디폴트에 빠진다면 차입비용 증가 가능성을 포함해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 행정부는 연방정부의 부채한도가 상향 조정되지 않으면, 이르면 다음 달 1일쯤 사상 초유의 디폴트가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의회에 부채한도 증액을 요구했지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예산 삭감을 전제로 한 부채한도 증액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기재부는 "확고한 물가・민생안정과 대내외 리스크 관리 하에 경제협력 기반 강화, 수출・투자・내수 활력 제고, 경제체질의 구조적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