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점유율 두고 재점화… 삼성 '1위' 주장에 LG 반박가전 수요 회복 요원한데… 냉방가전 최대 성수기 앞두고 신경전소방청 에어컨 화재건수 통계도 이견… 여름철 앞두고 '안전점검' 필수
  • ▲ 삼성전자 무풍에어컨 ⓒ삼성전자
    ▲ 삼성전자 무풍에어컨 ⓒ삼성전자
    유례없는 무더위가 예고된 올 여름 에어컨 성수기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경전에 한창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급감한 가전 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나타내지 않는 가운데 에어컨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서로 더 잘 팔리는 에어컨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에어컨 성수기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을 두고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당분간 에어컨 관련 양사의 공방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발단은 삼성이 공개한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이었다. 삼성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GfK를 인용해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이후 10년 연속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수량 기준) 1위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올 1분기 기준으론 48.6%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지난 10년 간 40%대 높은 점유율을 꾸준하게 지켜왔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특히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인 주력 제품 '무풍에어컨'이 인기를 끌면서 이처럼 높은 점유율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했다. 올 1분기 기준으론 무풍에어컨 판매 비중이 전년 대비 2배로 커졌을 정도다.

    GfK는 LG가 삼성에 이은 에어컨 시장 2위라고 밝혔다. 지난 1분기 LG전자 점유율은 32.5%라는게 GfK의 집계다.

    이에 LG는 즉각 반박했다. GfK에 제품 판매량을 제공한 적이 없고 LG전자 주력 판매 채널인 베스트샵의 판매량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LG 판매량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으면 판매량 기준으로 한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앞서 삼성과 LG는 에어컨 점유율로 한 차례 공방전을 치룬 바 있다. 삼성이 GfK 자료를 근거로 '국내 가정용 에어컨 점유율 1위'라는 TV 광고를 내보냈는데 LG전자가 이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어 일찌감치 에어컨 점유율을 둔 양사의 갈등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처럼 삼성과 LG가 에어컨 문제로 10년 만에 다시 맞붙은데는 최근 글로벌 가전 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진 영향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코로나19에 일시적으로 폭발했던 가전 수요가 엔데믹과 맞물려 경기침체가 극심화되면서 바닥을 향했고, 그 결과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더구나 가전 수요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는게 업계에선 큰 고민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지난해 냉장고와 세탁기 글로벌 수요가 3% 가량 감소했고 지난해 4분기에는 10%가 감소하는 등 수요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문제는 수요 감소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약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 ▲ LG전자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 ⓒLG전자
    ▲ LG전자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 ⓒLG전자
    가뜩이나 첨예한 경쟁을 이어오던 삼성과 LG가 이제는 더 좁아진 시장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터라 날 선 공방전을 불사해서라도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가 굳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LG의 반복되는 상호 비방전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만큼 양사 가전 사업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해석되기도 한다.

    에어컨 점유율 공방에 앞서 문제가 됐던 최근 '10년 간 에어컨 화재건수' 통계와 관련해서도 삼성과 LG가 서로의 입장만 앞세우는 탓에 정작 에어컨 화재 예방에 대한 경각심 환기 목적은 뒷전이었다.

    소방청과 서울시가 집계한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에어컨 화재건수는 총 2055건이다.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화재가 발생한 에어컨 제조사 현황을 발생 건수에 따라 살펴보면 △A사 720건 △B사 434건 △C사 149건 △D사 42건 △E사 37건 △F사 20건 △기타 59건 △제조사 불명 594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적 요인이 발화 요인이 된 건은 1521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기적 요인은 실외기와 에어컨을 연결하는 전선이 노후화됐거나 연결 과정에서의 부주의로 합선이 발생하며 화재의 원인이 된 경우를 뜻한다. 

    특히 이사철 에어컨 '철거-이전-설치' 과정에서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절대 무자격 업체(이삿짐세터 직원)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만큼 에어컨의 제대로 된 설치와 안전 점검이 중요하고 반드시 제조사의 검증된 설치 프로세스를 따르는게 화재 예방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에어컨 화재건수 공개에선 어느 제조사 제품에서 더 많은 화재 건수가 발생했는지에만 초점이 모아졌다.

    정작 소방청에서도 제품 자체 결함으로 발생한 화재 건수를 따로 집계하기 시작한지 불과 2년 가량 밖에 되지 않아 그 사이 밝혀진 제품 결함에 의한 에어컨 화재는 2건이 전부였다.

    불이 난 에어컨 제조사를 따져 묻기 보단 에어컨 화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에어컨 설치(이사철 무자격자 설치) 등 안전 검증 등을 도시가스 수준으로 제도화 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