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연체율 2019년 수준으로 '쑥'연체율 증가, 상·매각 속도보다 빨라카드사 연체율 '9년 만에' 최고 수준저축銀 연체율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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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 장기화 속에 가계와 기업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금융권 연체율이 줄곧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주요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2%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0.27%)와 직전 분기(0.29%)에 비해 각각 0.05%포인트, 0.03%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대출 부문별로 보면 가계 연체율은 1분기 말과 4분기 말에 각 0.24%, 0.26%에서 올해 1분기 말 0.28%로 상승했다. 기업 부문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0.30%에서 4분기 말 0.31%로 소폭 상승한 뒤 올해 1분기 말 0.35%로 뛰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각 0.34%, 0.37%, 0.41%로, 대기업은 각 0.03%, 0.05%, 0.07%로 오르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른바 '팬데믹 특수'가 끝났다는 데 주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오른 연체율이 2019년 당시와 비슷해졌다"며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연체율이 낮아졌다가 다시 금리가 오르면서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저금리와 각종 금융지원 정책 효과가 끝나면서 자산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대출 자산 건전성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실 채권을 대거 상각 또는 매각하고 있지만, 차주들의 연체 증가 속도가 상·매각보다 더 빠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2021년 5월 이후 최고치"라며 "미국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체율이 일정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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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의 '급전'으로 불리는 2금융권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특히 올해 들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을 제공하는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카드사의 연체율은 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뜻한다.

    신한카드의 1분기 말 연체율은 1.56%로 전년 동기(1.37%) 대비 0.19%포인트(p) 상승해 2015년 9월(1.68%) 이후 9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나카드의 같은 시점 연체율은 1.94%로 전년 동기 대비 0.80%포인트, 우리카드는 1.46%로 전년동기 대비 0.21%포인트,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1.31%로 전년동기 대비 0.12%포인트 각각 치솟아 모두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NH농협카드의 1분기 말 연체율은 1.53%로 전년동기 대비 0.19%포인트 뛰었고, 삼성카드는 1.1%로 전분기(1.2%)와 유사한 수준이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벼랑 끝에 몰린 저축은행들의 1분기 연체율도 7∼8%로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6월 저축은행 사태 당시 연체율 24.7%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들의 PF대출과 함께 개인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에서 한계 차주가 증가하고 있다"며 "개인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송기종 나이스 신용평가 금융평가실장은 "부동산 PF 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 상승이 저축은행 전체 연체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신용평가 대상 저축은행 중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10%를 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