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사장 사의표명 엿새 만에 수리… 한전 부사장 체제 비상경영 돌입신임 산업2차관 첫 행보로 '원전' 방문… 신임 한전 사장 '친원전'인사 전망한수원·산업부, 원전 수주 박차…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 ▲ 정승일 한전 사장 ⓒ연합뉴스
    ▲ 정승일 한전 사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사의 표명 엿새 만에 사직서를 수리했다. 앞서 탈원전 정책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도 경질한 터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탈원전 정책 폐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8일 오후 늦게 정 사장의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산업부에 통보했다. 한전은 19일부터 이정복 경영관리부사장 체제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강경성 산업 2차관은 이날 이 부사장에게 "모든 임직원이 비상한 각오로 비상경영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1년 5월 한전 사장으로 임명된 정 사장은 지난 12일 발표한 한전 재무개선 계획 이행 발표와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올 2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여당은 한전에 뼈를 깎는 자구안 마련을 요구했었다. 이런 주문에 한전은 기존에 발표했던 20조1000억 원의 재무개선안에 부동산 추가 매각 등으로 5조6000억 원을 더해 오는 2026년까지 총 25조7000억 원 규모의 경영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요구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전기요금 인상의 주범인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정 사장에 대한 사퇴도 포함됐었다. 정 사장은 산업부에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왔다. 방사성폐기물과장, 에너지산업정책관, 에너지자원실장 등 에너지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정 사장은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후 6개월쯤 지난 2021년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더 많은 원전 비중이 바람직하다는 국민 의견이 대다수이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그 때 다시 논의할 수도 있다"며 탈원전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당시 정 사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의견도 있었던데다, 전임 정부 시절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청와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정 사장에 대한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이에 산업부는 내년 5월로 예정된 정 사장의 임기를 보장해준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전의 수장으로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걸 알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소신있게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다시 불거졌고 전기요금 인상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거취 표명을 할 수밖에 없는 코너에 몰렸다. 한전은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누적된 적자가 45조 원에 달한다.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버틸 수 만은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에는 지난 10일 탈원전 폐기를 1년간이나 뭉갰다는 의혹을 받는 박 전 산업2차관의 경질도 한몫했다는 견해다. 박 전 차관만 '나홀로 인사' 대상이 된 이유는 대통령실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 주문을 수차례 했음에도, 이를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산업비서관이었던 강 차관을 즉시 산업 2차관으로 임명했고, 강 차관은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원전 현장을 찾았다.

    지난 18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현장을 찾은 강 차관은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가운데 최대한 속도감 있게 절차를 진행하고 무엇보다 안전관리에도 총력을 다해 달라"며 "마지막 절차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허가가 지체돼 착공이 늦어지지 않도록 한국수력원자력이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한전의 자회사인 한수원은 산업 2차관과 한전 사장 등 에너지 정책 라인이 교체되면서 원전 생태계 복원과 해외 수주에 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폴란드와 체코 등의 원전 수주를 위해 나서고 있으며 산업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정 사장 후임이 될 한전의 신임 사장도 원전을 통한 탄소중립 실천과 발등에 떨어진 한전의 적자를 개선하는데 앞장 설 '친원전' 인사가 낙점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조만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사장 공모를 할 예정이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를 거쳐 기획재정부 주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추천을 거친다. 이후 공운위에서 심사와 인사검증 등을 마치면 한전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을 의결한 뒤 윤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