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G7 무대서 IPEF 핵심 국가들과 협력강화 논의CPTPP 가입은 후쿠시마발 변수 산재… 원전·수산물 걸림돌워싱턴서 3자회담 재회동 예정… 협력방안 구체화 주목
  • ▲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한·미·일 정상이 지난 21일 열린 회담에서 3자 공조를 강화하기로 협의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새로운 무역질서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로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일본이 핵심 구성원으로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에 모두 안착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다. 다만 IPEF는 미국과의 공조 협의를 비롯해 핵심국가들과 경제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CPTPP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수산물에 대한 반대가 거세 가입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 일본 히로미사에서 회담하고 3국 간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합의했다. 각 정상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공조와 대북억지력을 골자로 한 안보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번 한·미·일 정상 간 만남은 윤 대통령이 19~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대받아 일본을 방문하면서 성사됐다. 윤 대통령은 일본에 머문 2박3일간 각국 정상들을 연이어 만나는 외교 '슈퍼위크'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교류한 국가에는 IPEF와 CPTPP 가입국이 다수 포함됐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는 데 한 뜻을 모았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거대한 플랫폼으로 묶어낸 경제협력체로,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주도했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인도, 호주, 베트남 등 총 13개국이 가입했다. 

    회담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공조를 추진할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꼽았다. 우리 대통령실 역시 이에 대해 "대북억지력 강화를 위해서는 물론,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는데 3국 간 전략적 공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IPEF 주요 가입국인 인도, 베트남, 호주 등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국가들과도 만나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20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방산 협력과 디지털·바이오헬스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2010년 맺은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업그레이드해 교역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로 떠오른 인도는 앞으로 세계경제에 있어 가장 큰 시장이 될 전망이다.

    앞선 19일에는 우리나라 제3대 교역국 중 하나인 베트남과 교역 확대에 대해 협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만나 오는 2030년 교역 1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우리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 한국의 대(對)베트남 개발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베트남은 "대외정책 추진에 있어 한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같은 날 핵심광물 부국이자 우리 정부가 핵심광물을 주로 수입하는 호주와도 만남이 이뤄졌다. 양국은 핵심광물 교역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자고 협의했다. 특히 호주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우리 정부와 '유사 입장국'인 나라로, 양자 간 소통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핵심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협력도 지속해 나간다는 태도다.
  • ▲ 20일 일본 히로미사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20일 일본 히로미사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CPTP의 경우는 아직 국내 농림축산업계의 반발 등 추진을 더디게 하는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핵심구성원인 CPTPP는 태평양 지역의 경제통합을 목적으로 출범한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가입국 간 최고 수준의 자유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무역협정 중에서도 질적으로 수준이 높다고 평가된다. 현재 멕시코·싱가포르·뉴질랜드 등 12개국이 가입해 있다.

    정부는 만일 CPTPP에 가입한다면 우리 주요 분야인 제조업 분야 등에서 큰 실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추산한 자료에 의하면 CPTPP 가입 시 제조업 분야에서 15년간 연평균 6억~9억 달러의 순수출이 증가하고, 생산 증대효과는 최대 1조 8200억 원에 달한다. 다만 농업과 수산업, 축산업계 등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가입 추진이 더뎌지고 있다.  농업과 수산업 등은 가입국인 멕시코·캐나다·베트남 등에서 수입이 늘면 국내 생산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또한 국내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등의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일본이 CPTPP 가입을 조건으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우려는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CPTPP에 가입하더라도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다만 주도국인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CPTPP 가입이 불발될 수 있고, 이는 우리의 글로벌 경제 시장 대응에 있어 큰 허점이 될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CPTPP에 대해 "새로운 무역질서에 들어가면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가 큰 게 사실"이라며 중요성을 피력해 왔다.

    한·미·일 정상은 조만간 미국 워싱턴에서의 재회동을 예고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회담 종료 이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에게 워싱턴에서의 3자 회담을 제안했다. 이르면 오는 7월쯤 재회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22일 유럽연합(EU) 지도부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슈퍼위크' 일정이 마무리됐지만, 우리 정부의 경제·통상 외교 행보는 이어진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럽 내 한국의 1위 교역국으로 꼽히는 독일과 면담하고 공급망 협력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외르크 쿠키스 독일 총리실 사무차관과 만나 한-독 협력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EU에서 시행을 앞두고 있는 탄소국경제도, 역외보조금법, 핵심원자재법 등의 경제법안들이 역외기업들의 여건과 역량을 충분히 고려해 이행돼야 함을 적극 강조했다.

    산업부는 22~26일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등 북유럽 3개국에 경제사절단을 파견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경제사절단은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고 투자진출 협력 양자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핀란드에서는 유럽 내 전기차용 배터리 시험평가를 위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핀란드 지사 개소식도 열린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이차전지 분야의 유럽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