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철근 입찰서 물량·가격 사전 협의한 혐의재판부, "실효성 있는 형사적 제재 필요해 보여"현대제철 등 7개 법인에는 벌금 1~2억원씩 선고
  • ▲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는 19일 오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7대 제강사 전현직 임직원과 법인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었다. ⓒ뉴데일리DB
    ▲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는 19일 오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7대 제강사 전현직 임직원과 법인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었다. ⓒ뉴데일리DB
    조달청이 발주한 철근을 입찰하면서 낙찰 물량과 입찰 가격을 사전에 협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제철 등 7대 제강사 전현직 임직원과 법인이 전원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이 담합한 철근 규모는 6조원대에 달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된 강학서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등 7대 제강사 전현직 임직원 22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2012년~2018년 조달청의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희망 낙찰 가격)을 합의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조사에 따르면 해당 기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 업체들은 입찰에 참가하면서 해마다 일정한 비율로 물량을 나눠왔다. 카페, 식당 등에 모여 사전 협의와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담합 규모는 6조8천442억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검찰 고발에 앞서 담합에 가담한 11개사(철강사 7개·압연사 4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천565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철강업계 담합은 수십 년 전부터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이에 대한 행정·형사제재가 거듭됐지만 중단되지 않았다"며 "이 사건에 있어서 실효성 있는 형사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담합행위를) 저지할 권한이 있음에도 지시·묵인한 임원급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새로운 실무진들이 담합을 실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업계 1위 기업이면서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제철의 강 전 사장에 대해서는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김영환 전 현대제철 영업본부장(부사장)과 함모 전 현대제철 전무에 대해서는 징역 6~8개월 및 벌금 1천~2천만원을 각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던 동국제강 임원 최모 씨는 징역 10개월 및 벌금 1천만원이 선고돼 수감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나머지 임직원 17명에게는 담합에 가담한 횟수와 직급 등을 고려해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김모 전 현대제철 관수팀장의 경우 상급자에게 담합 중단을 요청한 행동이 참작돼 벌금형의 선고가 유예됐다.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현대제철 법인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법정최고형인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동국제강에 대해서는 벌금 1억5천만원을 선고했고, 나머지 대한제강·한국철강·야마토코리아홀딩스(구 YK스틸)·환영철강공업·한국제강 등 5개 법인에 대해서는 각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들의 입찰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담합과 별개의 행위라고 판단해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