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이전 vs 일부 이전… 컨설팅 중"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3분기 결론""HMM 주가 1000원 하락 땐 BIS비율 0.07%↓"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0일 "부산으로 본점을 이전하는 과정서 산업은행 본연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조직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강 회장은 이날 산은 본점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산업은행을 이전 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한 점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산은 노조가 본점 이전에 반대 사유로 금융 경쟁력 약화를 강조하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산은 노조는 지난해 강 회장 취임 직후부터 매일 오전 여의도 본점 로비에서 '부산 이전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부산 이전, 새 도약기 맞을 것" 

    강 회장은 노조와 소통 부족 지적에 대해 "열심히는 했으나 능력이 안됐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자평했다. 

    그는 "직원들은 부산에 가지 않는다고 약속을 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데 제가 산은이 부산을 가지 않는다는 옵션을 두고 토론을 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산은 임직원이 97명 퇴사한 데 이어 올 5월까지 37명이 그만둔 것과 관련해서는 부산 이전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을 보였다. 

    강 회장은 "2~3년 전만 해도 산은 평균 임금이 시중은행에 비해 높았으나 지난해는 시중은행보다 낮아졌다. 은행권의 동일 직군으로 계산하면 그 격차는 더욱 클 것"이라며 "금융공기업이 안정성은 있으나 수익 면에서 직장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공기업의 조직문화가 MZ세대의 관념에 부합하지 못하는 점도 이탈의 원인이고 산은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교육비 집행을 늘리고 순환보직 시기를 기존 2~3년에서 3~5년으로 늘리고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산은 회장으로서 지방이전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수도권과 동남권을 두 축으로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달성할 것"이라며 "본점 이전에 대한 직원과 노조의 절박한 심정을 잘 이해하고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이달 중으로 '지방이전 산은 역량 강화 방안 컨설팅' 결과에 기초해 지방이전 계획을 구체화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기업금융 등 핵심 기능 일부를 서울에 배치해 업무 연속성을 이어갈 것이란 시각이 뒤따르고 있다. 

    이에 강 회장은 "은행을 전부 이전하는 방안부터 일부 기능을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본점 이전 이후, 여의도 본점 매각 등과 관련해서는 "이 건물은 상징성이 있고 직원들의 (매각 반대) 바람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씀드리겠다"며 우회적으로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 ◆ "이르면 3분기에 항공 합병 결론"

    강 회장은 지난 1년 간 주요 성과로 쌍용차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들었다. 그는 "만년 부실에 허덕이던 쌍용차가 KC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아 KG모빌리티라는 사명으로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은의 해묵은 숙제였던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전격적으로 신속하게 이뤄내 '한화오션'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과 관련해서는 "현재 신고대상 13개국 중에 10개국의 심사가 끝나 미국, EU(유럽연합), 일본의 결정만 남아 이르면 3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구체적으로 "지난 1월 EU 경쟁당국을 찾아 양대 항공사의 합병 필요성에 대해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눴다"면서 "지난달에는 일본중앙은행(BOJ) 미팅에 참석해 직접 합병 과정을 설명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쟁당국과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항공사 합병 과정에서 슬롯 축소 문제는 항상 있는 논의" 라면서 "문제는 양이 얼마가 되느냐가 중요한 이슈로 슬롯 축소가 적게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 합병 과정이 2년여 끌면서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합병 무산에 따른 플랜B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지금은 무산 이후를 대비할 상황이 아니라 합병에 온 힘을 쏟아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 "HMM 주가 1000원 하락 땐 BIS비율 0.07%↓"

    강 회장은 HMM지분 매각을 두고 연내 SPA(주식매매계약체결) 가능성을 높게 봤다. 

    강 회장은 "4월 매각자문사 선정 이후, 현재 매각컨설팅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컨설팅에 대한 최종 결론이 확정될 것"이라며 "매각 작업이 차질없이 수행된다면 연내 SPA 체결도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아울러 KDB생명 역시 5수 끝에 새주인 찾기가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혼란 상황 속 산은이 금융시장 안정자 역할을 해내며 선제적으로 시장 불안에 대응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반도체 등 주력 산업 수출 부진에 따른 국내 경제 성장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자본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전 손실에 따른 BIS비율 하락 영향만 1.95%p에 달해 1분기말 기준 13.11%로 하락했다"면서 "공기업 주식 1조원 현물 투자 및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당국의 BIS비율 권고치인 13% 유지하며 올해 자금공급 목표 73조5000억원을 차질없이 달성할 것"이라 했다. 

    그는 "산은의 재무구조가 외부요인에 굉장히 취약한 데 HMM을 매각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HMM 주가가 1000원 움직이면 산은 BIS 비율에 0.07%p 영향을 미친다"면서 "만약 BIS비율이 13% 미만이 되는 경우 국제금융시장서 어떻게 볼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본인의 입각 및 내년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서는 "산업은행에 충실하겠다"며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