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D램 중 HBM 비중 20~30%로 급증범용 D램 전환 역부족… 라인 신설 속도삼성, 압도적 캐파 이미 확보… 추가 검토SK하이닉스, 청주 HBM 라인으로… 용인클러스터 채비마이크론, 캐파 확대 여력 적어… 점유율 내줄 위기
  •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AI(인공지능) 수요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그동안 미세공정에 공을 들였던 기업들이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미 압도적인 캐파를 확보하고 있는 삼성에 이어 HBM 점유율 1위 SK하이닉스도 캐파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라인 확장이 어려운 마이크론만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D램 시장 매출액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0%, 내년에는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하량(Bit) 단위로는 아직 HBM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5%, 내년엔 10%에 불과하지만 HBM이 범용 D램 대비 6~7배 이상 가격이 비싼 고부가 제품이라는 점에서 D램 제조사들의 향후 핵심 경쟁 제품은 HBM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HBM이 AI 반도체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D램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는 본격적으로 HBM 캐파 확장을 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 연말까지 삼성전자는 기존 월 4만 5000개 수준의 HBM 캐파를 월 13만 개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캐파 수준이었지만 연말께는 월 12만~12만5000개로 캐파를 늘려 대응에 나선다. 마이크론도 이들과는 차이가 나지만 월 2만 개 수준의 HBM 캐파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까진 HBM 생산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급한대로 범용(레거시) D램을 생산했던 라인을 전환하는 방안을 주로 활용했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수요에 적기 대응하려면 이는 턱 없이 부족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SK하이닉스가 HBM 1등으로 올라설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 같은 전망에 의견을 같이 했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대한상의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미세화가 상당히 어려워졌고 공급을 늘리려면 라인을 더 건설하고 투자를 계속해야한다"며 "그러다보니 기술로 해결이 안 되고 캐펙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계속 부딪힌다"고 말했다.

    실제로 HBM 제조사들은 이미 D램 생산라인의 최첨단 공정을 거의 대부분 HBM으로 채워 가동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만큼 HBM의 강력한 수요와 수익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HBM 생산 사이트 자체를 구축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 아래 다시 투자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M15X가 건설되는 청주캠퍼스 단지도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M15X가 건설되는 청주캠퍼스 단지도 ⓒSK하이닉스
    업체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이미 상당 수준의 캐파 확대가 가능한 상황이다. 올해 월 13만 장의 캐파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삼성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D램 생산 사이트가 충분한 덕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앞서 133조 원을 투입해 평택 캠퍼스 구축을 시작했고 이제는 여기에 투자 규모를 키워 총 171조 원이 투자된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 평택캠퍼스는 현재 가동 중인 라인 외에도 총 7공장까지 확대할 수 있는 부지를 갖추고 있다. 삼성이 이미 구축된 라인을 HBM으로 전환해 캐파를 조금씩 늘리다가 신규 라인을 세워 본격적으로 캐파를 늘릴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는 의미다. 새로운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는데는 통상 2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삼성처럼 이미 부지를 갖추고 있는 경우 건설에 앞선 행정절차 등에서 시간이 소모되지 않아 진행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올해에 이어 이미 내년 생산분까지 완판(Sold Out)될 정도로 HBM 수요가 넘치고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 기존 낸드 플래시 생산공장이었던 청주 공장까지 활용하고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달 청주 M15x 공장을 HBM 생산라인으로 건설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고 내년 4분기 중에는 시험 가동을 거쳐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팹(Fab) 건설에만 5조 3000억 원이 투입되고 향후 가동까지 전체 투자금만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만 월 10만 개 HBM이 생산될 수 있는 여력을 갖추는 것이다.

    청주 HBM 라인은 이천 M16 사이트와 더불어 오는 2027년 구축되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앞서 HBM 캐파를 확대하는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용인 사이트가 구축된 이후에는 더 폭발적인 캐파 확장도 가능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데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3위 마이크론은 HBM 시장에 뛰어들긴 했지만 삼성, SK하이닉스와의 기술, 캐파 경쟁에서 점점 더 승산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캐파 관련해서는 마이크론이 올 연말 기준 월 2만 개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사들이 앞다퉈 생산기지 구축에 투자하고 나서면서 점유율을 뺏길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성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마이크론은 신규 캐파 증설 보다는 공정 전환 중심으로 공급에 대응하고 있다"며 "미국 뉴욕 주에 신공장을 짓고 있으나 생산 기여까진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