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물·10년물 미 국채금리 스프레드, 3월초 이후 최대폭연준 추가 금리인상 의지·경기지표 악화에 침체 우려 부각금리 역전 현상 지속되자 증시 하락 점치는 목소리 커져
  •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경기침체 지표인 장·단기 금리 역전세가 심화되면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금리 역전 현상이 지난해 6월 이후 1년째 지속되자 증시의 하락을 점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마이너스(-)40bp에 그쳤던 2년물과 10년물 미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지난 22일(미 동부시간) -100bp를 넘어선 뒤 3거래일 연속 100bp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이던 지난 3월 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수준이다. 

    지난 26일 장 중 한때엔 2년물과 10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120bp까지 벌어졌다. 특히 장단기 금리 격차는 지난해 6월 이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채권시장의 기간별 수익률 곡선(커브) 움직임이 정체된 상황이다. 국고 3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5월 중순 이후 12bp 내에 갇혀 있다.

    통상적으로 장기 국채금리는 단기보다 높다. 돈을 빌려주는 기간이 길면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져 유동성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를 밑도는 금리 역전이 심화하고 있다는 건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거나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투자자가 장기 국채에 자본을 묶어두기 위해 프리미엄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면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의지는 시장 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연준은 앞서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두 차례의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25bp 인상)을 시사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잠시 멈췄던 캐나다와 호주는 이달 들어 금리 인상을 재개했고, 영국과 노르웨이는 지난주 기준금리 인상 폭을 50bp 올렸다.

    미국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표 등 주요 경기 지표들도 침체 징후가 감지된다.

    미국의 6월 종합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4.3에서 53.0으로 둔화됐다. 제조업 PMI는 46.3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6개월 만에 최저치로, 제조업 경기 위축 국면에 있음을 뜻한다.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4.1을 기록해 지난달(54.9)보다 하락했다. 

    6월 유로존 제조업·서비스업 PMI는 각각 43.6, 52.4로 전월(44.8, 55.1) 대비 하락했다. 독일의 제조·서비스업 PMI 역시 각각 41, 43.6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글렌메드의 마이클 레이놀즈 투자 전략 부사장은 마켓워치에 "국채 시장은 경제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라도 6~12개월 시차를 두고 문제가 닥쳐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은 장기적인 안목을 지녀야 하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할 일을 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주요국이 긴축을 더 강화한다면 미국도 영향을 받을 것이고 세계 경제 하락 시 미국도 그럴 것"이라고 전했다.

    크리스 세니크 울프 리서치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에 "미국의 2년과 10년물 국채금리 역전폭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연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만큼 연말까지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단기채 금리 역전 지속, 증시 하락 신호탄 될까

    간밤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경기 침체 우려감을 반영하고 있다. 테슬라가 6% 급락하고, 엔비디아와 알파벳 등이 각각 3% 넘게 밀리는 등 대형 기술주들이 고전했다.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되면서 증시의 하락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됐을 때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다 급격히 하락 전환된 사례가 많아서다.

    코맥 코너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26일(현지시각) 미국 증시의 하락을 경고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 헤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S&P 500 지수의 상승은 소수의 메가캡 주식이 주도했다"며 "랠리의 폭이 좁아지면 시장 하락 위험이 커지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식 상승에 베팅하는 선물과 옵션은 비싸졌다"며 "풋옵션 등으로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S&P500 기준 지수가 4500선을 돌파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일 종가 기준 S&P500는 4328.82을 기록했다.

    스트래티거스 리서치 파트너스 기술적 리서치 책임자인 크리스 베론에 따르면 1979년과 2006년 당시 미국의 2년과 10년물 국채금리는 12개월 동안 100bp 이상 벌어졌음에도 증시는 저점에서 28% 이상 반등했다.

    다만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증시 투자심리는 흔들렸고 결국 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는 CNBC에 "미국의 장·단기 국채금리가 12개월 연속 100bp 이상 벌어졌는데 S&P500 지수는 오히려 지난해 10월 저점에서 22% 반등한 상태"라며 "역사적인 추세를 고려했을 때 증시가 조만간 하락 전환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