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분기 성장률, 2%로 대폭 상향… 노동시장도 여전히 강해우리도 반등 조짐… 5월 생산 1.3%↑·14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낙관 이르다 반론도… 韓 반도체 반등 아직·美 "1년내 침체 진입 71%"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미국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우리나라 산업동향 지표도 반등하면서 경기 바닥론이 '솔솔' 제기된다. 다만 미국발 통화 긴축이 지속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30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1(2020년=100)로 전달보다 1.3% 증가하며 반등했다. 14개월 만의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서비스업 생산이 0.1% 감소했지만, 제조업 생산이 3.2% 늘며 생산 증가를 견인했다.

    소비도 0.4% 반등했다.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5.2로 전달보다 증가했다. 이른 더위와 아파트 입주물량 등으로 가전제품·가구 등 내구재(0.5%) 판매가 늘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2.6%)와 항공기 등 운송장비(6.2%) 투자가 늘면서 전달보다 3.5% 증가했다. 생산·소비·투자 동반 상승은 지난 2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도 예상 밖의 호조를 보였다. 미 상무부는 29일(이하 현지시각) 올 1분기 GDP 증가율이 연이율 2.0%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최초 발표했던 속보치(1.1%)와 비교하면 2배쯤 상향 조정된 수치다.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1.3%)보다도 0.7%포인트(p) 올랐다. 이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것과는 상반된 깜짝 실적이다.

    미 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2.6%)에 이어 두 분기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실적에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소비를 뒷받침하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는 점도 연착륙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지난주(18~2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2만6000건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6만5000건)를 크게 밑돌았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74만 건으로 1만9000건 줄었다.
  • ▲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연합뉴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연합뉴스
    다만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반등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지표 신호가 미약해 낙관은 이르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탄탄한 경제지표가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을 부채질할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2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금리 인상으로 역성장에 빠지지 않게 노력하겠다면서도 "(목표로 하는 경기 연착륙은) 매우 힘든 과제가 될 것"이라며 "연착륙 달성 여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문제 심화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금융 안정 콘퍼런스에서 "FOMC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연말까지 두 차례, 또는 그 이상 금리 인상이 적절하리라 예상한다"면서 "연속적인 (인상) 움직임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달 금리를 동결했지만, 7월과 9월에 연속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정책금리 목표가 상단기준으로 5.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역전된 한미 금리차는 1.75%p다. 일각에선 한국은행의 동결을 전제로 올해 안에 금리차가 최대 2.25%p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리차가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외환보유고 감소 등이 우려된다.

    일각에선 미국이 올해 4분기 경기침체에 들어설 거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CNBC는 지난 27일 영국 투자은행 HSBC의 자산운용 글로벌 수석전략가 조지프 리틀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미국 경제에 이어 내년에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29일 "올 상반기 미국 경제가 놀라운 활력을 찾았다"면서도 "애초 올 초 닥칠 것으로 예상됐던 침체 도래 시점이 기존 예측보다 다소 늦어질 뿐 여전히 침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1분기 GDP 호실적에 일각에서 '무착륙(No landing)' 전망이 나오는 것과는 다른 분석이다.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앞으로 1년 이내 미 경제가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을 71%로 추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6%, 내년은 1.0%다.

    우리 경제도 아직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생산은 4월(4.9%)에 이어 5월(4.4%)에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7% 줄었다.

    반도체 재고는 전달보다는 0.6%,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6.3% 각각 증가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출하가 늘면서 재고 비율 자체는 하락했으나 반도체 수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다는 신호도 없다"면서 "아직 반등이 뚜렷하다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4로 전달과 같았다. 7개월 만에 내림세를 멈췄다. 다만 16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