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꾸준히 둔화… 2021년 9월 2.4% 이후 최저치석유류 물가, 역대 최대폭 하락… 근원물가 4.1%, 더디지만 내림세전기·가스·수도 25.9%… 전기료 인상 등 반영돼 전달보다 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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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뉴데일리DB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더디지만, 4%대 초반까지 내려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꾸준히 둔화하는 모습이다.

    정부 예상대로 소비자물가가 2%대로 내려오면서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현재 역전된 한미 간 금리차이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물가가 하향안정화 기조를 보이고 있고 정부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가계부채 부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은이 당장은 금리 인상보다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4일 통계청이 내놓은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후 둔화세다.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했지만, 이후로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등으로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6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2% 후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지표가 하락했다.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달 2.3%로 떨어졌다. 생활물가가 2%대로 둔화한 것은 27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25.4% 내렸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구체적으로는 경유 32.5%, 휘발유 23.8%, 자동차용 LPG는 15.3% 하락했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7%포인트(p)로 나타났다. 석유류가 물가상승률을 1.47%p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기·가스·수도요금 상승률이 25.9%나 되면서 석유류 하락 효과를 일부 상쇄시켰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지난달 23.2%보다 2.7%p 상승했는데, 이는 2분기 요금인상분이 본격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기료 28.8%, 도시가스료 29.0%, 지역 난방비 36.6%가 각각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외식가격이 6.3%나 오르면서 1년 전보다 3.3%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0.2% 상승했으며, 세부적으로는 채소류 3.6%, 수산물 6.0%, 축산물 -4.9%를 기록했다.

    가공식품은 7.5% 상승했는데, 이 중에서도 라면가격이 13.4%로 오름 폭이 컸다. 추 부총리의 라면가격 인하 요구에 따라 농심 등 주요 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이달 출고분부터 인하된 가격이 적용되면서 6월 소비자물가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10.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했다. 지난해 5월(4.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줄곧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1월 5.0%까지 상승했다가 둔화세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8.70으로, 1년 전보다 3.5% 상승했다. 지난해 11월(4.3%) 이후 둔화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은 "석유류 가격이 내리고 서비스 부문의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물가가 정부의 관리목표인 2%대로 내려오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하반기 2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태도다. 이 경우 한미 간 금리차는 2.0%p 이상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물가가 하향안정화 기조를 보이고 있고 정부가 하반기부터 경기부양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할 공산이 큰 만큼 한은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4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서 "금리인상을 절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고 추가 인상의 불씨는 남겨뒀다. 하지만 그는 "한미 금리 차의 적정수준은 없고 기계적 대응은 안한다"면서 금리 격차에 따른 기계적 추격 인상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