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M, 포드, 리비안 등 NACS에 합류 결정장재훈 현대차 사장 "고객관점서 판단할 것"미국서 NACS, 유럽서 CCS 투트랙 전략도 거론
  • ▲ 테슬라 슈퍼차저에서 충전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테슬라 슈퍼차저에서 충전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테슬라가 GM, 포드 등을 끌어들이면서 자사의 충전 시스템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표준인 CCS(Combined Charging System)를 사용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NACS에 종속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GM, 포드, 리비안 등이 NACS를 적용한 테슬라 전기차 충전시설 슈퍼차저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충전 표준 확대를 통해 전기차 주도권을 계속 가져가려는 테슬라와 충전 인프라 투자를 줄이고 전기차 투자에 집중하려는 GM, 포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에서 슈퍼차저는 약 1만7000기가 설치돼 있으며, 이는 미국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GM와 포드 등 미국 브랜드가 NACS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미국 시장은 NACS로 통합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도 기존 CCS에서 NACS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당장 NACS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 ▲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지난달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는 모습. ⓒ현대차
    ▲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지난달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는 모습. ⓒ현대차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0일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NACS에 동참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결국 고객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현재 기준으로는 당사 차량을 테슬라 슈퍼차저에 연결하면 충전속도가 느려져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덧붙였다. 

    CCS는 800V 전압을 기반으로 설계돼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를 충전할 때 최대 350kW의 높은 전력으로 빠르게 충전이 가능하다. 반면, NACS는 500V 기반으며,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충전된다.

    장 사장이 언급했듯이 아이오닉6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기존 18분이 소요되지만 슈퍼차저에서는 73분으로 대폭 늘어난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이 NACS에 합류하는 것이 자칫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글로벌 전략 오피스(GSO) 담당 부사장은 “NACS에 합류하면 당장 많은 충전소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에 종속되는 것이 중장기 전략에 유효할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 ▲ 올해 서울모빌리티쇼 테슬라의 부스 모습. ⓒ연합뉴스
    ▲ 올해 서울모빌리티쇼 테슬라의 부스 모습.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주요 국가들의 충전 표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향후 충전 인프라 구축 현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NACS에 동참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아우디 등 현대차그룹과 같이 관망하는 브랜드들도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는 NACS, 유럽 등 다른 시장에서는 CCS로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에서 일부 전기차 충전업체들이 테슬라 충전 표준화에 반대하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아울러 충전기 방식의 인증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충전소 운영업체인 차지포인트, 충전기 제조업체인 ABB 등 업체와 청정에너지협회 등이 NACS 표준화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텍사스 교통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업계 전반에 걸쳐 테슬라 커넥터의 안전성과 상호 운용성을 표준화하고 테스트, 인증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 NACS 구축을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최영석 한라대학교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겸임교수는 “NACS가 당장이라도 미국 시장부터 충전 방식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 같이 보인다”면서도 “다른 업체의 전기차와 호환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테스트, 인증 등의 절차만 해도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가 보급될수록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모델들이 800V에서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에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