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회장 시간외매매로 80억 상당 지주사 지분 넘겨에프앤코,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 블록딜… 지분 3.26%알짜 비상장사 활용한 경영승계 가능성
  • ▲ 김창수 F&F 회장.ⓒF&F
    ▲ 김창수 F&F 회장.ⓒF&F
    김창수 F&F 회장이 지난 12일 시간외매매로 F&F홀딩스의 주식을 관계사에 추가로 넘기면서 경영승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블록딜의 주역은 김 회장 오너일가의 가족회사로 알려진 뷰티전문 계열사 에프앤코(F&CO)다. 

    F&F가 지난 2021년 지주회사로 전환된 이후 지배구조 최상위인 F&F홀딩스의 지분을 오너일가 가족회사인 에프앤코가 늘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14일 F&F홀딩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12일 F&F홀딩스의 주식 41만500주를 시간외매매를 통해 에프앤코에 넘겼다. 평균 처분단가는 1주당 1만9480원으로 약 80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번 거래를 통해 에프앤코는 F&F홀딩스의 지분 3.26%를 확보하게 됐다. 에프앤코는 지난 4월에도 김 회장으로부터 시간외매매로 F&F홀딩스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처음으로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향후 경영승계 과정에서 이 에프앤코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일가의 비상장사를 통해 지주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은 다른 기업의 승계과정에서도 흔히 보이는 방식 중 하나다. 증여·상속과 달리 막대한 세금이 발생하지 않고 기업이 보유한 자금을 활용해 지배력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오너일가의 자금 부담도 크게 낮아진다. 물론 이 경우 이 비상장사의 사업여력이 전제돼야 한다.

    뷰티전문 기업인 에프앤코는 이 조건에 부합한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김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F&F그룹의 계열사다. 다만 지배구조상 F&F그룹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정확한 지분은 확인되지 않지만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기준 김 회장 외에 그의 특수관계인이 지분 88.96%를 보유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코로나19 기간에도 2020년을 제외하면 모두 이익을 냈을 정도의 알짜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8.0%에 불과하다. 지난해 매출은 1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신장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3.2% 감소했다. 이를 감안해도 영업이익률은 9.9%에 달한다. 

    에프앤코가 F&F홀딩스 지분을 블록딜로 사들일 수 있던 것도 이런 자금력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코의 지난해 말 기준 445억원 규모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에프앤코가 앞으로도 김 회장으로부터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F&F홀딩스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을 엿보는 중이다.

    김 회장의 F&F홀딩스는 지분은 이번 시간외매매를 포함해도 64.42%에 달한다. 반면 김 회장의 장남인 김승범 F&F 디지털본부 총괄 상무와 차남 김태영 F&F 수프라사업부 마케팅팀장은 F&F홀딩스의 지분이 각각 6.70%, 6.13%에 불과하다.

    에프앤코가 사실상 지주사 위의 ‘옥상옥(屋上屋)’ 구조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F&F그룹 관계자는 “에프앤코와 경영상 직접적 관련이 없다보니 이번 거래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