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전 의협회장 "의료인프라 미흡, 무리한 확장 부작용"다음 달까지 인력 공백… 9월 새 교수 영입 필수의료 역량 확보 시급… 분원 설립 규제 의견도
  • ▲ 용인세브란스병원 전경. ⓒ용인세브란스병원
    ▲ 용인세브란스병원 전경. ⓒ용인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 수술이 중단돼 비상이 걸렸다. 지속되는 흉부외과 인력난에 대형병원 수도권 분원의 기능이 취약한 상태임이 드러난 것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용인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A교수가 개원가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 달째 심장 수술이 멈췄고 다음 달까지 그 공백이 이어진다. 

    현재 흉부외과 소속 교수 2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폐암과 식도암을 중점적으로 보는 폐·식도외과 계열이다. 때문에 심혈관계 응급상황을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700병상 규모로 세워진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연세의료원 산하 병원으로 대형병원의 맥을 잇는다. 특히 첨단 디지털 스마트병원을 표방하며 '수술 잘하는 병원'을 목표로 설정했었다. 

    그런데도 필수의료의 중심축인 심장, 대동맥 수술 인력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이날 용인세브란스병원 측은 "심장 수술이 가능한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며 새 교수를 영입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권 대학병원서 대동맥, 판막, 관상동맥, 선천성심질환, 에크모(ECMO), 심장혈관외상 등 진료가 가능한 젊은 세대의 흉부외과 교수를 확보했으며 9월부터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흉부외과 활동 전문의는 70대 이상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한 반면 20~40대는 급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30대 교수의 영입은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심장수술 팀 체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의료계 전언이다. 타 진료과의 협업 등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대형병원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며 "교수 1명이 빠져 심장 수술을 멈춘 것은 그만큼 의료 인프라를 갖추기 힘들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의료전달체계상 3차 기능을 수행하는 상급종합병원은 교육, 연구, 진료 순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데 무리하게 진료 영역 확장에만 집중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은 병상수를 늘리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분원의 경우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설립이 가능하다. 결국 규모를 키우기 위한 무리한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세의료원은 송도에도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고대의료원 역시 수도권 내 분원을 세울 예정이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난립하는 대형병원 분원 설립을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며 "외래환자 유입을 위한 목적이 커 필수의료 확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쏠림현상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