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하락…"부정적이나 폭락 재연 가능성은 적어"코스피 연중 최고 기록했으나 추가 상승 기대감 희박 평가중국 경기 부진 연말까지 부진 전망…한국에도 악재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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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뉴욕증시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며 국내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연말을 향할수록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미국 경기를 뚤러싼 상황이 더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증가 등을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한 점도 국내외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한다"라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 뉴욕 시장 마감 후 발표됐다. 이에 뉴욕증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국내 증시는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10시 43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전 거래일 대비 16.36%(0.61%) 하락한 2650.71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는 전일 연중 최고점을 경신하는 등 최근까지 상승세를 이어온 바 있다.

    앞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AAA에서 AA+로 신용등급을 내린 바 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미국 주가는 순식간에 15% 이상 폭락했고 국제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이후 미국 주가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약 반년이 걸렸다. 한국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코스피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전망하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부채 한도 협상을 이유로 이미 부정적 감시에 두고 있어 일부 예견됐던 부분"이라며 "최근 피치는 글로벌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 2011년도 S&P의 신용등급 강등 때와 같은 증시 폭락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피치 측에서는 지난 5월에 등급 강등을 경고한 바 있으며 옐런 재무장관 역시 이 같은 강등 결정에 대해 구시대적이라고 비판했다"라며 "이를 고려했을 때, 증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인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2011년은 미국 경기와 금융시장이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혹은 위기를 막 벗어나는 시점이었으나 현시점은 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 사이클에도 불구하고 신용리스크가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위기, 즉 리스크 강도 측면에서 2011년과 현재 시점은 대비된다"라며 "결론적으로 신용등급의 하향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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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가에선 미국 신용등급 하락과 더불어 올해 하반기 증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경기 모멘텀이 더 개선되긴 어렵고, 물가는 반등함과 동시에 주가는 상승해있는 한편 쏠림 현상은 과격하다는 지적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하반기 추가 강세보단 중립적인 전망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웅찬 연구원은 "과거 사례에서 증시는 보통 금리 인상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상승했지만, 이번에는 인상 종료 이전부터 이미 상승했다"라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대형 기술주 위주로 상승한 미국 증시를 버블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격 부담은 점차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3분기 중 미국의 경기 모멘텀이 기대보다 못함이 확인되고, 중국과 유럽의 회복은 아직 멀어 보인다"라며 "물가 반등세도 확인되면서 지수는 자연스럽게 현 수준에서 박스권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한 "조정구간을 지나며 증시가 일시적으로 흔들리게 되는 상황에서 가격 하락이 연쇄적인 손절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증시의 과도한 쏠림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기 부진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큰 점도 국내 증시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다"라며 "반면 중국은 디플레이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이어 "서비스 주도 경제 회복으로 제조업 중심의 중국경제 회복이 더딘 점, 장기간 봉쇄 여파로 고용 경기가 부진한 점, 디레버리징까지 가세해 내수 회복을 억제한 점 등으로 중국의 수급 환경은 저물가가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부진한 물가 흐름을 고려할 때 중국 경기 부진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디레버리징, 고용 부진 등 비슷한 내수 환경을 공유한 한국 역시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