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통주만 온라인 판매·배송 가능배달앱 음식 주문 시 술 배달은 제한적 허용업계별로 입장 달라…국세청 "국민 건강 우선…주류배달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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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점이나 마트에서 주류 할인이 가능해지면서 주류 온라인 배달 허용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판로 개척과 소비자 편의를 위해 주류 온라인 주문·배달을 허용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국세청은 청소년 보호와 국민 건강, 주류거래 질서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다.

    사실 주류 온라인 배달 허용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판로 개척과 수입주류와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수제맥주 등의 온라인 판매·배달 허용 요구가 쏟아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비대면 주문·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류업계는 물론 배달업계, 동네마트, 편의점 등 업종을 불문하고 주류 온라인 배달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현행법상 주류는 대면으로만 판매가 가능하며 지난 1998년부터는 전통주에 한해서만 판로 개척을 위해 온라인 판매·배송을 허용했다. 그러던 중 국세청이 지난 2016년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개정해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주류는 통신판매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함으로써 음식점의 주류 배달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배달하는 주류의 기준이 무엇인 지 혼란스러워 했고, 이에 국세청은 지난 2020년 음식을 주문할 때 음식 주문금액 중 주류의 금액이 50% 이하여야만 판매·배달이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쉽게 말해 음식이 주된 상품이어야 하며 주류는 음식에 따른 부수적인 상품이어야 판매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수제맥주 업계를 비롯한 주류업계, 배달 플랫폼 사업자, 동네마트, 편의점 등 업계는 빗장을 더 풀어달라고 아우성이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수제맥주 업계다. 수제맥주는 지난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반사이익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홈술족' 증가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 2013년 93억 원에 불과하던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1520억 원으로 커졌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 전환과 더불어 수제맥주를 즐겨찾던 20~30대가 하이볼 등 다른 주류를 찾으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침체기를 맞았다.

    이에 업계는 온라인 판매·배달(배송) 허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제맥주 업체들의 판로 개척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서비스산업 디지털화 전략'의 일환으로 지역 기반 수제맥주를 '스마트 오더' 애플리케이션(앱·APP)을 통해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픽업을 하는 시스템을 마련 중에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류 픽업은 대면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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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 플랫폼 사업자들도 불만을 쏟아낸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앱에서는 주류 배달이 가능하지만, 음식이 주가 돼야 하고, 주류는 부수적으로 주문해야 배달할 수 있다. 주류 완제품만 배달이 되고 과일생맥주나 칵테일 등은 배달이 안 된다"며 "주류 가격이나 품목 규제 등을 완화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주자는 취지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네마트에서는 주류를 직접 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한다. 동네마트 배달 플랫폼 로마켓 박상미 대표는 "편의점은 담배와 수입맥주를 팔아 돈을 벌지만 동네마트는 숨 쉴 곳이 없다. 비오거나 하는 이유로 동네마트에서 배달을 시킬 때 예를 들자면 삼겹살을 시키면서 소주 1병 정도 배달하는 것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라며 "동네마트에서 식재료를 주문하려다가도, 술이 배달이 되지 않아 배달앱을 이용해 음식배달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분별하게 주류 소비를 장려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배달앱 정도 수준으로만 규제를 풀어서 고사 위기인 동네마트들이 살 수 있게끔 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정부에 규제혁신 과제 중 하나로 '동네마트 온라인 플랫폼 주류배달 서비스 허용'을 요구했지만, 청소년 보호와 주류거래 질서 확립, 탈세 우려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당했다.

    문제는 업계들의 입장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인 데다, 편의점의 경우 점주들의 상황에 따라 주류 배달 허용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배달 여력이 되는 편의점 점주들은 주류 배달을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1인 체재로 매장을 운영하는 편의점들은 배달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비용이 더 지출될 것이라 우려한다.

    수제맥주 업계는 전통주처럼 온라인 판매와 배송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동네마트들은 배달앱과 같은 수준 정도까지만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한다.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다보니, 주무부처인 국세청도 곤란한 상황이다. 업계의 요구가 통일돼야 이 문제를 가지고 논의하기 쉽지만, 요구가 제각각이다보니 청소년 보호와 국민 건강 등 원론적인 이유를 들며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통주와 마찬가지로 수제맥주의 통신판매를 허용한다면 다른 주류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 더 나아가서는 수입주류와의 통상 마찰도 우려된다는 것이 국세청 입장이다.

    지난해 2월 국세청이 주류업계 등과 간담회를 통해 주류 온라인·비대면 배달 등에 관해 논의했지만, 편의점 등 1인 체재 매장 점주들은 주류 온라인 배달을 반대하는 것을 감안해 업계에 다른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각 업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며 "청소년 보호와 국민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주류 온라인 배달 허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