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5개 신공항 건설 본격 추진… 환경문제 등으로 줄줄이 지연흑산도공항, 6년째 실시설계 중지… 제주 2공항, 개항시기 6년 밀려잼버리 내세워 예타 면제했던 새만금신공항, 연내 실시설계도 요원14.2兆 투입 예정 가덕도신공항, 대표적 표퓰리즘 공항 꼬리표 붙어14개 지방공항 중 최근 5년 흑자는 제주·김포·김해공항 3곳뿐
  • ▲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연합뉴스
    ▲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연합뉴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특별법 시행령이 8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예정인 가운데 늘어나는 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우려가 뒤따른다.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돼온 5개 공항 건설 사업은 대부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일부 사업은 추진과정에서 경제논리보다 정치구호가 앞서면서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가 면제돼 건설 이후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공항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특별법 시행령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법률·시행규칙과 함께 오는 26일부터 시행한다. 내용에는 △예타 면제 △정부 재정지원 △지역기업 우대 △이전 종전부지 개발 등 사업 추진을 위한 지원책들이 담겼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총사업비 12조 8000억 원을 들여 현재 대구 동구에 있는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사업이다. 새로 지어질 위치는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이다. 대구시는 오는 2025년 사업을 본격 시작해 2030년쯤 개항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신공항 건설이 공항 복합신도시와 산업단지 등의 조성으로 이어지며 지역에 큰 이익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대구경북연구원은 '통합신공항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자료에서 지역 생산 유발액이 3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부가가치 유발액은 15조 원, 취업 유발인원은 40만 명에 달한다.
  • ▲ 3일 전북지역 환경단체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동의를 내준 환경부를 규탄하고 있다.ⓒ연합뉴스
    ▲ 3일 전북지역 환경단체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동의를 내준 환경부를 규탄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각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유치한 공항 건설 사업의 추진 실적은 대체로 부진하다는 점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이 유치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사업의 현실화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사업은 예타 면제란 혜택을 받으면서도 정작 관계 기관과의 협의 지연과 주민 반발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업추진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 중인 신공항 건설 사업은 △울릉도 소형공항(2014~2025) △흑산도 소형공항(2014~2027) △제주 제2공항(2017~2025) △새만금 신공항(2020~2028) △가덕도 신공항(2022~2035) 등 5개다. 이 중 2020년 착공에 들어간 울릉도 소형공항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흑산도 소형공항은 총 183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남 신안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내에 50인승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2017년 9월 실시설계를 시작했지만, 3개월 만인 그해 12월에 일시 중지됐다.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설 예정지의 국립공원 지정 해제를 받아야 하지만, 협의가 연속 불발됐기 때문이다. 실시설계는 아직도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 제2공항은 4조 8734억 원을 들여 성산읍 지역에 지어질 계획이다. 추진 주체인 국토교통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전환평)를 두고 환경부와의 이견을 오래도록 좁히지 못했다. 환경부는 공항 건설로 인한 조류충돌 안전성 확보와 서식지 보전 등을 이유로 전환평을 연달아 반려했다. 올 3월 들어서야 조건부로 통과했지만, 이미 기존 계획보다 6년이나 지연돼 개항 시점이 2031년으로 밀린 상태다. 여기에 사업 초기부터 불거져 왔던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 등을 고려하면 사업추진은 더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 새만금공항 조감도.ⓒ국토부
    ▲ 새만금공항 조감도.ⓒ국토부
    새만금 신공항은 최근 불거진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사태와 엮여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사업이다. 개최지인 전북도는 잼버리가 열리기 전 공항을 개항해야 '세계적 망신'을 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펴 결국 예타 면제란 혜택을 얻어냈다. 그러나 신공항은 잼버리에 맞춰 개항하긴커녕 올해 내 실시설계를 마치겠다는 계획마저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환경단체가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등 환경 문제와 관련한 반발도 거세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사업도 예타 면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신공항 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인 14조 2637억 원이 투입된다. 다른 사업들이 정부와 공항공사가 일정 부분 재원을 나누는 것과 달리 가덕도 신공항은 전액 국비로 지원한다. 가덕도 신공항은 검토 당시 경제성에서 낙점을 받아 폐기됐다가 전 문재인 정부 시절 '선거용 카드'로 되살아난 케이스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도 부산·경남지역 표를 의식해 사업 추진에 동조하면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사업이란 비판이 나왔다.

    가덕도 신공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 공항 건설 인프라 사업은 경제성을 떠나 지역 정치권의 공약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적잖다. 사업 현실화 가능성이나 건설 이후 흑자 운영 등을 따지기보다 '표퓰리즘' 성격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다 보니 실제 사업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6년째 실시설계를 재개하지 못하는 흑산도 소형공항, 절차 지연으로 개항 시점이 6년이나 밀린 제주 제2공항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잼버리가 각종 오명만을 남기고 파행하면서 잼버리를 앞세워 예타를 면제 받은 새만금 공항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거세다.

    심지어 이들 공항은 예타를 건너뛰며 사업성을 검증받지 않았기 때문에 개항 이후 흑자 운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업의 적절성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방공항 14곳 중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흑자를 기록한 곳은 제주·김포·김해공항 등 단 3곳에 그쳤다. 나머지 11곳은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항을 조성했음에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극히 미미하거나 전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추진 중인 신공항 중 사업비가 조(兆) 단위를 넘어가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제주 제2공항, 가덕도 신공항의 사업비를 모두 더하면 32조여 원에 달한다. 3개 공항이 흑자를 내지 못한다면 천문학적인 건설비에 더해 적자를 메꾸는 데에도 적잖은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