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월 수출, 전년비 14.5% 급감… 3년5개월 만의 최저치수입도 급감, 10개월째 내림세… 한국으로부터 수입 24.7% 감소수출 쇼크에 위안화 급락… 원·달러 환율 9.5원 오른 1315.7원 마감신냉전 패권 경쟁·부동산 거품 등 中모멘텀 약화…韓 하반기 반등 걸림돌전문가 "뾰족한 단기처방 없어… 종합플랜 마련·인도 등 신시장 개척해야"
  • ▲ 중국의 항구.ⓒ연합뉴스
    ▲ 중국의 항구.ⓒ연합뉴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상저하고'(上低下高) 반등을 위해 수출 회복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암초를 만난 격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달 수출액은 2817억6000만 달러(369조7000억 원쯤)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5% 줄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했던 2020년 2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다. 중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3월(14.8%) 반등했으나 증가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 5월 7.5% 감소로 돌아선 뒤 3개월째 역성장했다.

    낙폭도 커졌다. 6월 마이너스(-) 12.4%에 이어 지난달 14.5%로 내림 폭이 확대했다. 전문가 예상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경제전문가 조사를 인용해 중국의 7월 수출액이 12.5% 줄어들 거로 예상했다.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등에 대한 수출이 각각 두 자릿수 감소를 보였다. 다만 신냉전 기류 속에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로의 수출은 1년 전과 비교해 73.4%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일각에선 중국의 수출 감소세를 미·중 간 패권 경쟁 장기화에 따른 여파로 해석하는 시각도 없잖다. 미국의 반중(反中) 연대 확장과 무역 규제 등으로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애초 예상과 달리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분석이다. 애초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올해 세계경제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그 배경으로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꼽았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를 떠받치는 삼두마차 중 하나인 수출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안으로는 부동산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의 모멘텀(추진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중국 정부가 설정한 '5.0% 안팎 성장'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IMF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과 같은 5.2%로 유지했다.

    내수와 관련 있는 수입도 급감했다. 7월 중국의 수입액은 2011억6000만 달러(264조 원쯤)로 1년 전보다 12.4% 줄었다. 수입 증가율도 시장의 전망치(-5.0%)를 밑돌았다. 중국의 월간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10월(-0.7%) 이후 줄곧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대부분 수입국으로부터 수입이 감소한 가운데 우리나라와 대만으로부터의 수입이 각각 24.7%, 22.8% 감소했다.
  • ▲ 위안화.ⓒ연합뉴스
    ▲ 위안화.ⓒ연합뉴스
    이날 중국의 부진한 수출 실적은 위안화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이날 오후 5시 36분 현재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23위안으로 올랐다. 위안화는 지난달 19일 이후로 가장 큰 약세를 보였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9.5원 오른 1315.7원에 마감했다.
  • ▲ 반도체.ⓒ연합뉴스
    ▲ 반도체.ⓒ연합뉴스
    중국의 모멘텀이 약화하면서 불똥은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 튈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제1교역국은 중국(1억5500만 달러)이다. 2위 미국(1억900만 달러)과 3위 베트남(6000만 달러) 수출액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

    경제전문가는 중국의 수출·입 감소세가 하반기 우리나라의 수출 전선과 경기 반등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수출·입 감소세가 좋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경우 덜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라며 "(애초)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로 봤는데 '하고'(下高)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 김수동 연구위원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한데 사실 효과도 한·중 관계가 좋을 때 우리 물건을 사주길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이렇다 할 단기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 대한) 구조적인 산업의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면서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은 반도체 굴기 등으로 삼성전자나 우리 기업이 예전만큼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우리 정부, 기업으로선) 중국 시장을 대체할 새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인도, 동남아 등이 새 시장으로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 정부가 인도 시장 개척을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경제 위기 시기에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경제 대책(플랜)이 나와야 하는 데 딱히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